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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 '어느날'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감동 판타지

기사 등록 2017-03-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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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이슈데일리 안은진기자]영화 '어느날'(감독 이윤기)이 각기 다른 아픔을 지닌 두 사람의 만남을 그린 판타지 장르로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판타지 영화의 기본 설정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을 따른다. 첫 번째는 '반지의 제왕'과 같이 처음부터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구조를 설정하는 경우로 대개 스케일이 큰 편이다. 그 다음으로는 '뷰티인사이드'처럼 현실에 부분적으로 환상적 요소를 가미하는 식이다.

'어느날'은 후자의 이야기로 김남길(강수)이 천우희(미소)의 영혼을 보면서 시작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어느날'에서 미소의 육체는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고 분리된 영혼은 따로 밖을 돌아다닌다. 이 때, 미소의 영혼은 강수에게만 보인다. 이 설정이 '어느날'의 환상성을 만들어낸다. 작품에서 미소는 영혼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온전히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모호한 존재다. 현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그는 환영과도 같다.

▲ 사진=오퍼스픽처스 제공
대개 사람들은 과도한 불안감, 상실감, 간절한 욕망 등의 강한 심리적 동기가 있을 때 환상을 보게 된다. 판타지 장르의 탄생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소의 영혼이 강수에게는 보이고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전개는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실마리는 두 사람이 가진 상처로 보인다. 미소는 시각장애인으로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강수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아내를 잃는다. 그는 "누구도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누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 사진=오퍼스픽처스 제공
과거의 상처는 현재 사건이 해결된다고 해도 아물지 않는다. 외적으로 보이는 문제들이 해결된 것이지 상흔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상흔을 이루고 있는 것이 기억이다. 살아있는 동안 기억 속에서 그들의 아픔은 지속된다. 시간에 모든 일이 씻겨 나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처에 무덤덤해져야한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받고자 한다. 때문에 그들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서로 다른 아픔을 공유한 자들의 유대감이 이들에게 느껴진다.

특히 김남길과 천우희가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눈길을 끈다. 강수(김남길)는 말 못할 아픔을 간직한 채 묵묵히 일상생활을 해나가지만 시시각각 아내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괴롭다. 김남길은 이런 내면의 갈등을 표정 변화와 대사의 톤으로 녹여낸다. 천우희 역시 내면의 상처를 지닌 미소를 연기, '곡성' '해어화' 등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른 자연스러우면서 잔잔한 슬픔을 표현해낸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 이윤기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도 빛을 발한다. 감독은 일상적인 풍경들을 아름답게 재조명한 것. 이 작품은 시각장애인인 미소가 본 첫 봄날을 담고 있다. 미소가 난생 처음 바라본 현실은 싱그러움으로 가득하고 빛으로 눈부시다. 봄은 또 강수에게는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신생의 계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봄날은 화면에서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어느날'은 오는 4월 5일 개봉예정.

안은진기자 dksdmswls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