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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시선]김조광수 동성결혼 소송 항고, 단순 한 커플의 '울부짖음'일까?

기사 등록 2016-05-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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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지민기자] 지금은 2016년.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우리는 각종 불평등에 투쟁하는 역사를 거쳐 왔지만, 여전이 다수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편견을 깨부수기란 쉽지 않다. 서양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성적소수자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 바꾸기 운동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아직은 ‘그들만의 축제’라는 인식이 큰 게 사실이다.

지난 26일 영화감독 김조광수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 커플이 이러한 사회의 시선에 반기를 들었다.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첫 동성결혼 신청사건 각하 결정에 대해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변호인단, 인권단체가 함께 두 사람의 결혼지지에 나섰다.

김조광수는 “사법부가 여전히 대한민국의 흐름을 제대로 못 읽는 것 같다. 여론을 보면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고 따끔한 한 마디로 속상한 심경을 전했다. 또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제도 밖으로 내몰려야 하는 것인가”라며 급기야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김승환 또한 “가정의 달에 이런 결정이 나와 유감이다. 처음으로 동성결혼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제도에 적극적으로 맞설 것을 선언했다. 김조광수는 마지막으로 “2심 법원에서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고 남은 판결에 대한 주장을 강조했다.

이미 김조광수와 김승환은 2013년 9월 7일 결혼식을 치렀다. 같은 해 12월 서울 서대문구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서대문구 측은 동성간 혼인은 민법상 부부로 볼 수 없다며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에 두 사람은 2014년 5월 서울서부지법에 불복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25일 “현행법의 통상적 해석으로는 동성인 신청인들 사이의 합의를 혼인의 합의라고 할 수 없다”며 “현행법상의 해석론 만에 의하여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김조광수는 인생 약 50년 만에, 김승환은 약 30년 만에 자신들의 정체성에 최종적인 확신을 가지고 결혼까지 밀어붙이는 용기를 냈다. 사회적으로 얼굴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오히려 이러한 부분을 자신들과 같은 입장에 선 사람들을 위해 예고된 역경을 감내하고 공개화 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동성결혼을 허용한 국가는 총 23개국이다. 유럽에서는 15개의 나라가 동성 결혼을 허용했지만, 아시아에서는 아직 단 한 국가에서도 공식적으로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시점에서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의 호소는 단순히 두 사람만이 벌이는 투쟁이 아니다. 아시아 국가들에 깊이 뿌리박힌 고정관념을 바꾸는 시도임과 동시에 전 세계에 여전히 번져있는 다양한 불평등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19일 일본에서는 여성 탤런트 이치노세 아야카와 여배우 스기모리 아카네가 신주쿠(新宿) 한 예식장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리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일본의 동성결혼 불법에 과감한 행동을 한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반영한 덕인지 일본 시부야(渋谷)에서는 지난해 11월 5일부터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동성 커플에게 ‘준결혼’ 관계를 인정하는 증명서를 발급했다.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변화를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있겠냐만은, 허울로만 ‘평등’을 내세우는 한국의 풍경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진=김조광수 블로그, 'SBS스페셜' 방송화면)

한지민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