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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자전차왕 엄복동' 조선의 등불이 희망이 되기까지 '정지훈 노련함 빛났다'

기사 등록 2019-02-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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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총칼만 있는건 아니라고."

'자전차왕 엄복동'이 일제강점기 시절, 민초들의 희망이 됐던 엄복동의 성장과정을 탄탄한 스토리와 밀도있는 연출력으로 2019년 소환했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19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시사회가 진행, 김유성 감독, 정지훈, 이범수, 강소라, 이시언이 참석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제패한 ‘엄복동’의 업적을 소재로 당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독립군들의 활약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엄복동은 평택에서 삼남매의 장남으로 둘째 귀동(신수항), 막내 여동생 봉순(박진주)을 뒷바라지하고 아버지(이경영)를 모시고 살고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물을 길러 살림을 책임지고 있지만 자전차를 타고 배달하는 광석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어느 날 자전차를 우연히 타보게 된 후 그의 머릿 속엔 자전차로 꽉 차게 된다. 동생 귀동은 학교 등록금으로 형의 자전차를 사주게 되지만, 하루 만에 자전차를 잃어버리고 아버지에게 매섭게 혼이 난다.

엄복동은 평택을 떠나 경성에서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자전차 경주에서 1등을 하면 100원을 준다는 말에 지원한다. 그 곳에서 일미사회 사장 황재호를 만나게 된다. 황재호는 무력으로 나라를 되찾으려는 안도민(고창석)과 달리 패배로 울분에 휩싸인 이천만 국민의 마음을 얻고자 자전차 경주 선수를 모집하고 있던 것.

황재호는 엄복동의 타고난 체력과 승부력,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면을 발견하고 유심히 관찰한다.

꾸준한 연습 끝에 엄복동은 자전차 경주에 나가게 되고, '조선인은 일본인에 비해 열등하다'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일본 정부의 계략을 보기좋게 역전시킨다.

이 영화는 1913년 4월 13일 용산에서 개최된 자전차 대회에서 1등을 한 이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우승한 스포츠 스타 엄복동 인생의 한 부분을 조명했다. 자전차 대회는 경성인구 30만 중 10만 여 명이 몰려들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일본의 핍박과 압박 속에 살던 우리 국민들이 자전차왕 엄복동을 통해 긍지를 되찾고 하나가 됐던 그날의 기록을 '자전차왕 엄복동'이 실감나게 스크린에 살려냈다.

특히 자전차 경주 신은 엄복동이란 인물의 서사의 절정은 물론, 긴장감까지 놓치지 않으며 영화의 큰 재미를 가져다준다. 정지훈은 한국체육대학교 사이클팀 코치진과 자전거 훈련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영화를 보며 그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엄복동' 촬영에 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엄복동의 연심을 흔드는 형신 역의 강소라의 대체불가 캐릭터도 극의 중심축이다. 형신은 안도민과 함께 무력으로 대항하는 인물. 사카모토(김희원)의 눈을 피해 일본 고위관료들을 암살한다. 황재호와의 인연으로 엄복동과도 얽히는데, 엄복동이 자전차 경주에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 중 한 부분이 된다.

영화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바로 직전 개봉한다. 민족들의 자발적인 운동이 있었던 시대 정신과 엄복동을 통해 하나가 되는 국민성이 맥을 같이 한다. 대단한 인물과 결의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소시민이 자기의 자리에서 각자 할 일을 해나가는 과정은 몰입력을 가져다준다.

소위 말하는 '국뽕', '신파'란 시선에 갇히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지점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 시대의 울분과 상처, 고통이 신파로 치부되기엔 경솔한 지점이 아닌지 스스로 검열을 해봐야 할 때다. 김유성 감독은 "'국뽕과 신파를 왜 지양해야 하는지 이야기거리가 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이 영화를 통해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울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영화는 배우 이범수가 첫 제작자로 나선 영화로, 제작자로서의 혜안과, 배우로서의 중심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범수는 "배우를 할 때는 내가 해야 할 것들만 했는데, 제작자가 되니 모든 것을 봐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영화를 위해 일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1900년대 치욕의 시대 속 이천만 조선이 열광한 엄복동 승리의 역사, 2019년 관객들에게 심장을 뛰게하는 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7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