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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이정재 "여진구, 내 스물한 살 때와 비교하면 조언 필요없어"

기사 등록 2017-06-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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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등장만으로 위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을까. '관상'에서 첫등장으로 다시 없을 수양대군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이정재가 이번엔 조금 더 낮은 위치에서 거칠어진 대립군 토우로 분했다.

훨씬 거칠고 인간적인 면모를 불어넣으며 이정재 연기 인생에 다시 없을 캐릭터로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 있다.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이정재는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대립군'의 수장 토우를 다시 불러냈다.

이정재는 '관상'에서 수양대군으로 강렬하게 각인된 바 있기 때문에, 토우 캐릭터에 차별을 두기 위해 세밀한 것들을 신경썼다. 캐릭터의 성향, 전사, 신분까지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 이정재는 수양대군을 지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지식인이 아닌 대립군까지 올 수 밖에 없었던 천민 설정이다보니 말투나,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상대방하고 말할 때 즉각 반응이 올 것 같고, 대화할 때 템포가 많이 다를 것 같았어요.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할 때 거친 무리들을 인솔해야하니 더 거칠 것 같았고요. 어떻게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그게 토우스럽지 않을까 접근했던 것 같네요."

'대립군'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했지만 전쟁영화는 아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전쟁보다는 광해의 성장과 더불어 대립군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등 휴머니즘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며 촬영 했다고. 당초 생각한 것들이 영화로 만들어진 지금, 어느 정도 일치할까.

"이 영화가 스펙타클한 전쟁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내용을 직접적이지 않게, 잘 따라올 수 있게,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느낄 수 있게 작업했어요. 그런 면에서는 잘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토우는 대립군을 이끌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인물. 이정재는 연기적인 면에서 에너지가 조금 더 필요했던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눈을 뜨고 난 후부터 감을 때까지 동고동락한 배우들과 전우애 아닌 전우애가 생기는 경험을 했다.

"매일 새벽 다섯시, 여섯시에 모여서 촬영하고 저녁까지 먹고 또 새벽에 만나고. 그렇게 몇 달을 함께 숙식하다보니 친해졌어요.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현장은 즐거웠어요."

'대립군'의 또 한가지 볼거리는 수려한 장관이다. 난세와는 상관없이 아름다운 자연은 보란 듯이 제자리서 빛나고 있다. 그것은 광해와 대립군이 처한 상황을 더욱 처연하게 만드는 장치를 한다

"'레버넌트'처럼 찍고 싶은 장면들도 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수려한 풍광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좋은 곳이 많았어요. 그 중 도술산이란 곳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그곳이 일년에 반 정도는 지형 때문에 안개가 자욱하더라고요. 갔을 때도 안개가 껴있는데 꽤 멋있는 곳으로 제 기억에 남았습니다."

대립군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 극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들의 전사에 대한 언급은 많지 않다. 대사 한 줄 정도로 인물을 설명할 뿐이다. 그들의 가족사에 집중하지 않은 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한 정윤철 감독의 의도였다. 이정재 역시 영화가 전하고자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이같은 결정이 옳았다고 의견을 냈다.

"대사에 왜 이들이 대립군을 해야 했는지 잠깐 언급이 되요. 여진족들이 국경 넘어와서 불도 지르고 침범하니까 전방을 지킬 사람은 필요한데, 다 도망가서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남쪽에 있는 서민들을 강제로 이주 시킬 것을 선조가 지시했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가보니 막막하고 먹고는 살아야겠고 그러니 대립군까지 하게 된 그런 설정이었어요. 감독님은 그 정도 설명이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감독님과 토우의 전사에 대해 이야기 많이 했었지만 그 정도 정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가 결과였고요. 개개인의 전사, 가족력을 보여주기엔 광해의 성장 과정과 대립군들이 광해에서 느낀 진정한 리더상을 보고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을 두시간 안에 넣기 버거우셨을 것 같아요."

이정재에게 혹시 현장에서 의견을 내고 수정된 장면에 있느냐고 물었다. 이정재는 "말해서 억지로 바꾼 장면이 있기는 한데, 그게 잘 된건지는 모르겠어요"라고 웃으면서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곡수가 '세자저하 나오십쇼'라고 울부짖고 광해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잖아요. 그 때 제가 막아서고요. 사실 그 장면이 마주보고 서서 촬영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서서 하다보면 감정이 확 올라오기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나가려고 하는 광해를 부여잡는 토우, 힘겨루기 하다가 같이 넘어지고 토우가 올라타서 한 마디씩 하는 장면. 그건 제가 말해서 바뀐 장면이었어요."

93년도에 데뷔한 이정재는 99년도에 태어난 여진구와 호흡을 맞췄다. 이정재는 한참 어린 후배 여진구와 함께 촬영하면서 조언을 건넸을까?

"진구가 지금 스물 한 살인데, 제 스물한 살 때와 비교 한다면 굳이 충고 안해도 될 것 같은데요? 워낙 잘하고 있는 친구라서.(웃음)"

'대립군'은 '원더우먼',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미이라' 등과 박스오피스에서 유일한 한국영화로 경쟁하게 됐다. 하지만 이정재는 차별성이라는 강점을 지녔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이정재에게 근거없는 자신감은 없다.

"차별성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함께 나오는 영화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과 '대립군'이 유사하다면 위압감을 느꼈을 것 같은데 성격이 전혀 다른 영화니까요. 어느정도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