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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조선명탐정’ 김명민, 창조하는 일이 즐거운 ‘진짜’ 배우

기사 등록 2018-01-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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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2018년 민족 대 명절 설날, ‘진짜 배우’가 극장가에 돌아온다. ‘불멸의 이순신’, ‘육룡이 나르샤’, ‘내 사랑 내 곁에’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명품 연기를 선보였던 ‘천의 얼굴’ 김명민이다.

기자는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라디오엠에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로 돌아온 김명민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쉴 틈 없는 스케줄로 바쁠 그이지만 얼굴에는 활기와 에너지가 가득했다.

‘조선명탐정: 흡혈 괴마의 비밀’에서 김명민은 조선 최고의 탐정 김민 역으로 분해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계를 지키며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한 김명민. 그만의 비법이 있을까. 그는 김민 캐릭터의 핵심적인 요소를 ‘콧수염’으로 꼽았다.

“상황에 따라서 김민의 기운을 모두 콧수염에 넣었어요. 그래서 사실 인물표현에 있어서 제가 노력할 건 별로 없었어요. 영화를 보시면 김민의 기분이 우울하다거나 잘 안풀릴때는 콧수염이 늘어져있고 사건이 잘 풀리면 콧수염이 올라가요. 일종의 ‘표정’ 같은 거죠. 이번 3편에서는 수염이 움직이는 것을 CG로 처리했어요. 이번에는 여유가 있어서 콧수염까지 신경을 써줬나 싶어요. (웃음)”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은 영화계에서 커리어를 쌓지 않은 PD출신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조선명탐정’ 시리즈로 소위 ‘대박’을 친 것은 영화계에서 이례적인 일. 김명민은 2011년 첫 번째 시리즈부터 함께 해온 김석윤 감독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감독님은 1편이 나왔을 당시 본인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셨어요. 하지만 PD출신 감독님이 연출을 맡으셨기에 지금의 ‘조선 명탐정’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작품들과는 웃음을 유발하는 접근 방식이 많이 달라요. 한국 코미디의 전형적인 코드가 초반에는 웃기다가 마지막에 감동을 주는 것이라면 저희 영화는 난 데 없이, 황당하게 콩트 같은 코미디가 치고 나와요. 보고나면 ‘신나게 웃고나왔다’ 생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조선명탐정’의 성공은 감독님의 타고난 순발력, 명석한 두뇌 덕분에 가능했어요. 감독님을 보면 영화 속 김민과 비슷해요. 다른 쪽에서 쌓아온 감독님의 다양한 커리어들이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 것 같아요.”

▲ 사진=쇼박스 제공

‘조선명탐정’의 가장 강력한 강점 중 하나는 ‘소재’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물이긴 하지만 각각의 편마다 ‘리셋’되는 느낌이 들어 새로운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것. 첫 번째는 ‘각시투구꽃’, 두 번째는 ‘불법은괴’, 세 번째로 ‘흡혈귀’까지. 어떤 소재를 붙여놔도 어색하지 않은 시리즈물은 ‘조선명탐정’이 유일하지 않을까.

“저희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소재’의 한계가 없어요. 김민과 서필이라는 캐릭터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접목할 수 있죠. 1편 끝나고 나서도 막연하게 배우들끼리 아이디어를 생각해봤어요. ‘조선시대 김민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 세대로 오면 어떨까?’같이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요. 하지만 문제는 원작이 있어야 해요. 아이템만 가지고 시리즈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는 없어요. 그런 면에서 ‘조선명탐정’은 다른 영화에 비해서 시리즈로 가기에 많은 이점들을 가지고 있죠.”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무엇일까.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장군이 살아 돌아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리얼한 연기를 펼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외에도 다소 무거운 작품들을 주로 해오던 그이다. 그런 그에게 ‘조선명탐정’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관객들에게 증명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작품이다.

“처음에는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라 부담이 있었죠. 관객들에게 인식된 저의 모습은 주로 ‘진중함’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또 저는 ‘거부감이 드는 변신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1편을 시작할 때 간을 보듯 연기를 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런데 2편 때부터는 좀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2편에서는 김명민과 김민은 별개의 캐릭터가 됐어요. 3편 때는 관객들에게 각인이 돼있는 것 같아서 오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가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편해진 것 같아요.”

사실 업계에서 ‘조선명탐정’의 현장 분위기는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명민은 ‘우리 현장 안 오신 분은 다른 데가 분위기 좋다고 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현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2011년 이후로 계속해서 함께해온 김석윤 감독, 오달수, 김명민 트리오의 공이 컸다.

“호흡은 1편 후반부터 이미 끝났어요. 그런데 1편 초반에는 현장이 너무 정신없이 돌아갈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모니터룸에 배우 자리도 없었어요. 서로 당황을 했던 시기가 있었죠. 감독님은 현장의 하나부터 열까지 진두지휘 하시느라 너무 바쁘셨어요. 그래서 저와 달수형은 현장에서 엄청난 멘붕이 왔죠. 그런데 그 멘붕에서 시작해서 달수형과 제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호흡을 맞춰가기 시작했어요. 달수형은 내성적인 사람이고 제가 외향적인 사람이라 제가 항상 먼저 이끄는 측면이 있어요. 작품외적으로는 잘 못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번개를 많이 하면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 어딘데? 장어 먹자’이렇게 해서 만나요. 저희는 연락을 자주 안하고 필요할 때만 해요. 서로 장어가 필요할 때? (웃음) 몸이 허할 때 생각나는 형이예요.”

“‘조선명탐정’은 저에게 ‘연기 변신’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저는 ‘조선명탐정’ 현장에서 치유를 받았어요. 보통 배우들이 현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연기로 풀곤 해요. 그런데 이 작품은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요. 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만 주는 것 같아요. 일을 열심히 하고 내일 당장 어디론가 떠나는데 그 여행을 떠나기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싸는 느낌을 가지게 하죠. 게다가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반겨주는 가족 같은 동료들과 함께 가는 느낌예요. 또 누구 하나 시켜서 일하기보다는 서로 알아서 해요. 세팅이 이정도로 빨리 되는 현장은 없을 거예요. 화장실가면서도 불안하다니까요. (웃음) 그만큼 서로가 신명나게 일을 하죠. 메이킹 필름과 현장 분위기가 똑같아요. 현장 공개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미친’ 현장이에요.”

▲ 사진=쇼박스 제공

김명민에게 ‘조선명탐정’이라는 작품은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김명민은 어렸을 적 연기의 영감을 받은 것이 외국 작품이라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대중들도 추억을 되살리는 ‘함께 성장해가는 영화’가 한 편쯤 있었으면 좋겠고, 그것이 ‘조선명탐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설날을 맞은 김에 ‘힐링’하면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추억을 되살려볼 수 있는 영화가 한 편쯤 있는 것은 굉장히 행운이죠. 어렸을 때 배우로서 감성이나 영감을 받았던 것이 다 외국시리즈물이었던 것이 조금 아쉬워요. ‘한해가 지날수록 함께 성장해가는 영화가 우리나라였다면’이라고 생각해요. ‘조선명탐정’이 모두가 공유하면서 편안하게 보고 공유할 수 있는 훈훈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 바람은 저희 영화에 관객 분들 모두 편안하게 접근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설날’하면 ‘조선 명탐정’이 생각나셨으면 좋겠어요.”

김명민은 자신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 연기에 대한 믿음과 신념도 남달랐다. 그 때문일까. 그는 자신에게 꼭 맞는 배역을 선택하기 보다는 배역을 선택한 후 자신의 색깔로 입히는 배우였다. 그의 농익은 진가가 발휘된 이번 ‘조선명탐정’이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캐릭터를 형성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죠. 그 사람의 성격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서 말투, 걸음걸이, 행동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창작의 고통이 따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쾌감이 있어요. 다른 것들을 시도하면서 ‘내가 살아있다’고 느껴요. 배우가 한 가지 모습으로 계속 나오면 ‘쟤는 변신을 안하네’하고, 변신을 하면 ‘어울리지도 않는데 왜 변신을 해’라고 하는 딜레마가 있어요. 하지만 틀에 박힌 연기를 보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예요. 관객들이 식상해지기 전에 제가 먼저 식상해져요. 어쨌든 배우는 ‘창조’를 해야 해요.”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