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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유타 가는 길’ 이진욱은 그 순간만큼 진실 됐다

기사 등록 2016-10-1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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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 향한 곳은 미국 중서부의 유타. 이 젊다면 젊은 한국인들은 낯선 지역 유타에서 생을 마감하려 한다.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초청작 ‘유타 가는 길’(감독 김정중)의 이야기다. 영화는 과거로부터 도피하고픈 남자(이진욱)와 여자(류혜영)가 미국 LA에서 유타주로 함께 동반자살을 꿈꾸며 여행을 떠난다. 사람도 물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생명력 없는 이 척박한 공간 유타에서 이들도 가물어져 가기를 원한다.

남자의 과거는 이렇다. 야구 선수를 바라던 그는 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더 이상 꿈을 펼칠 수 없게 되자 도박으로 괴로움을 잊으려다 가족에까지 피해를 입힌다. 여자는 과거 남자친구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매 순간 괴로워하다 자신도 그 곳에서 남자친구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려 한다.

세상 모든 미련을 던져버리고 현재 눈앞에 펼쳐진 절경과 순간의 일탈에 집중하는 두 남녀. 절망도 희망도 모두 버린 후 이들은 어린 아이가 된다. 라스베가스에서 남자는 도박을, 여자는 웨딩드레스를 입는 환상을 실천한 후 남자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 “너는 아직 어리고 예뻐. 여기서 돌아가.”

‘유타 가는 길’은 삶이 그렇듯 죽음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기 위해 간 두 남녀는 자연의 섭리처럼 서로에게 이끌린 후 어느덧 살기 위한 이유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끝내 남자의 생존 욕구가 얼마만큼 차올랐는지는 밝혀지지 않지만, 위의 말은 적어도 다른 한 명의 생명을 향한 경외감의 표현이다.

앞서 ‘허스’ ‘오이시맨’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정중 감독은 이번 ‘유타 가는 길’로 로드 힐링 무비를 풀어냈다. 영화는 LA와 유타, 라스베가스 등의 풍광을 아름답게 담아내면서 온전히 관찰자 시점으로 두 남녀의 변화하는 심리상태를 전달한다. 기술적으로 과장되게 꾸며내지 않아도 주연 배우인 이진욱과 류혜영의 내면 연기가 충분히 장면과 메시지를 가득 채운다. 두 배우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절정으로 기록된 듯 보인다. 호흡 장면도 다른 필모그래피보다 훨씬 흡입력 있으며, 소개로 접했을 때 든 조화에 대한 의구심은 초반 장면 몇 분 만에 금세 잠재워진다. 쉽게 물 흘러가는 듯 풀어낸 것 같지만 굉장히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연기력이다.

혹시나 했지만 결국 이번 영화제에서 이진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비록 2012년에 제작된 영화지만 작품 하나, 눈빛 하나만으로 그 순간만큼은 더 없는 진실을 전한 이진욱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유타 가는 길'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