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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탐정: 리턴즈’ 성동일 “이제 저는 현장을 즐길 나이죠”

기사 등록 2018-06-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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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나연 기자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즐기는 사람’을 이길 자는 없다. 배우 성동일의 연기 인생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매 작품마다 소름 돋는 소화력으로 자신만의 옷을 입는 그가 영화 ‘탐정: 리턴즈’(이하 ‘탐정’)로 초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성동일은 지난 2015년 ‘탐정: 더 비기닝’을 시작으로 배우들의 로망이라는 ‘시리즈 물’의 주연을 꿰찬 셈이다.

영화 ‘탐정’은 셜록 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탐정사무소를 개업, 전직 사이버수사대 에이스 여치(이광수)를 영입해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범죄추리극이다.

성동일은 극중 휴직 중인 형사 노태수로 분했다. 특히나 한눈에 시선을 잡아끌었던 것은 노태수의 백발이다. 당연히 염색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성동일은 본연의 머리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흰머리가 제 원래 머리에요. 제 아버지가 물려주신 소중한 유산이죠. 원래 염색을 하고다녀서 잘 모르시는데 우연히 감독님께서 아시고 ‘탐정: 더 비기닝’ 시작할 때부터 영화에서 흰머리로 나와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술 먹고 설득을 당했는데 다 염색한 줄 아실더라고요. 처음에는 저희 막둥이가 올해 입학했는데 너무 할아버지 같으면 안될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지만요. (웃음)”

이언희 감독은 이번 편에서 새로운 팀원을 합류시켜 참신한 변화를 꾀했다. 바로 자신만의 개성으로 무장한 배우 이광수다. 성동일은 이광수의 합류를 반가워하며 새로운 팀의 변화에서 자신의 자리를 적절하게 찾아갔다. 그는 이광수의 캐릭터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애드리브를 자제했다고.
“이번에는 1편 때 보다 애드리브를 절제했어요. 광수가 나왔기 때문에 저까지 같이 놀아버리면 중구난방이 될 것 같아서 상우랑 광수가 놀도록 내버려 뒀죠. 톰은 상우, 광수는 제리고 저는 집을 지키는 불독이었어요. 워낙 저희가 호흡이 너무 좋아서요. 절제해도 충분히 그런 점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오히려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과 분위기를 위해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탐정’에서는 사건을 추리하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관계도 담고 있다. 특히 성동일은 퇴직을 반가워 하지 않는 아내와 두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가득한 가장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반영했다. 이는 그 또한 세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기에 캐릭터의 심정을 더욱 잘 대변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제 자신도 극중 태수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연기하며 제 자신의 일부분이 나올 수 있었죠. 배우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실제 우리 사회 구조가 그래요. 재벌이 아닌 이상 중년 남자들이 앞으로 남은 시간에 대해 자신감 없어지는 건 비슷해요. 50세가 넘어가면 직장 생활은 끝이에요. 고민도 많아질 시기고요. 아내도 똑같아요. 엄마가 특별히 부잣집 딸이 아닌 이상 계속 놀고 있는 남편을 사랑으로 감쌀 순 없어요. 남편이 더 나은 기회가 있는데 일을 안한다고 하면 속상하죠. 탐정에서는 50대, 40대, 30대 세 세대가 모두 출연했는데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각자 관계안에서 고민하는 게 틀려서 더 재밌었어요.”

‘탐정’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데는 한계강 있을 수 밖에 없다. ‘탐정법’까지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아직 탐정의 입지는 탄탄히 굳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긴장감과 웃음을 적절하게 분배하기도 어려웠을 터다. 역시나 제작진은 여러 난관에 봉착해 어려움을 겼었다고 했다.

“탐정이라는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녹록치가 않아요 구조 자체가. 공권력이 개입이 못되죠. 우리 영화는 그래서 고양이까지 찾았잖아요. 1편 때는 공조수사가 됐던 거고 2편에서는 탐정 두 명이 개혁을 해야 하다 보니 정보 수집도 잘 안되고, 체포권도 없잖아요.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도 없거든요. 그래서 제작진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정보를 얻어내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연출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요. 그래서 노태수가 경찰 퇴직이 아닌 휴직을 한 거예요. 일말의 여지는 있어야 하니까. 제작진이 일반 영화보다 훨씬 애를 많이 먹었어요. 우리나라 탐정은 아직까지 다루기가 힘들어요. ‘탐정’ 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멋있고 시스템이 좋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진짜 탐정 두 명으로 스토리를 짜려고 했더니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바람난 남편 사진 찍는 것 정도 밖에 여건이 안돼요. 그래도 이번에는 편집도 굉장히 잘하신 것 같고, 재미있게 만드신 것 같더라고요.”

성동일은 이번 작품에 유독 큰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기로 소문났던 그가 권상우와 함께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것 부터가 그러했다. 성동일은 이에 대해 모든 배우들이 촬영에 임하는 태도와 호흡부터 남달랐다고 말했다.

“사실 ‘탐정: 더 비기닝’때 속이 너무 많이 상하고 자존심도 상했어요. 가족 영화라고 찍었는데 마니아 영화가 됐죠. (웃음) 오기로 무대 인사로 5주를 하고 게릴라 무대인사까지 했죠. 그래서 좋은 조건을 만들어서 다음 기회를 보자고 했던 부분이 이제 ‘리턴즈’로 돌아오게 됐어요. 상영관 자체가 별로 없더라고요. 이제는 명함이 생겼으니까 달려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배우들이 으쌰으쌰했어요. 정말 축제 분위기로 촬영했던 것 같아요. 매일 회의하고 술먹고 놀고 그랬어요. 현장에서 빨리 끝낼 수 있게 하는 건 배우 밖에 없잖아요. 빨리 끝내고 맥주 한잔 씩 하자고 했는데 영화 내내 그랬던 것 같아요.”

성동일의 매력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에도 있었다. 이메일, SNS도 없을뿐더러 휴대폰도 잘 보지 않는다. 인터뷰 전날 ‘인생술집’에 출연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 내릴 때도 정작 당사자는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저는 이메일도 전혀 없습니다.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요. 후배들한테도 ‘네가 편지를 보냈다면 참 고마웠을텐데. 차라리 전화를 해라. 목소리라도 듣게’라고 해요. 옛날에 상우가 처음 만나고 술을 많이 먹고 헤어졌는데 다음에 또 만나기로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작사 대표가 ‘권상우씨가 약간 삐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카톡을 몇 번 보냈는데 확인도 안하고 계신다고 하셨대요. 저는 원래 현장가면 휴대폰도 무음으로 해 놔요. 언론 매체나 이런데 관심이 별로 없어요. 인터뷰를 안하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는 거예요. 배우가 나이가 먹어가면서 아는 기자분들하고 인터뷰도 하고 ‘이렇게 산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쓸데없는 말도 하게 되고 득보다 실이 많으니까 더 안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또 그는 따뜻한 인간미도 갖추고 있었다. 그가 ‘아빠’ 연기를 할 때 특히 빛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의 생활에서도 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애정을 마음 가득히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는 술을 집에서 먹어요.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지인들이 제일 많이 오는 집이죠. 이제 우리 집사람의 마음가짐도 술집으로 꾸며놨어요. 돈 벌게끔 해주는 분들이 오시니까 피곤해도 웃으면서 맞이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며칠 전에도 탐정 조명 감독, 카메라 감도, 분장 막둥이 저희 집에 와서 새벽 세시 반까지 먹고 갔죠. 집사람은 집에서 노는 게 스포츠라고 생각을 해줘요. 참 고마운 일이에요.”

성동일은 그간 단역, 조연부터 주연까지 수많은 작품으로 대중들을 찾았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모두 겪은 지금, 성동일은 연기에 대해 ‘통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노련함을 갖추고 있었다. ‘연기’를 순수하게 사랑하며 절박하게 하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분명한 것은 성동일은 그런 배우다.

“이제 저는 현장을 즐길 나이지 명예나 이익을 얻을 나이는 아니에요. 지금도 연기자를 기술자라고 이야기해요. 왜냐하면 남의 돈을 받고 하니까요. 예술이나 창작한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누군가는 저한테 작품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래야 배우 아닌가요. 기술자라는 건 간단해요. 목수인데 의자를 만들고 싶은데 못, 줄자, 톱, 망치, 나무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망치 하나가지고는 가구 못 만들어요. 저는 집에 시나리오가 쌓여있어요. 주연, 단역, 조연 등 많은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공구가 없으면 안해요. 아무리 좋은 배우여도 제가 호흡을 잘 못 맞추겠다 싶으면 안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투박스럽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해요. ‘어떡하면 연기를 잘하냐’고 자주 물어보거든요 그러면 ‘간절하면 된다. 절실해라’고 해요.”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