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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성난황소'김성오 "어떤 역할이든 현장에만 있다면 충분"

기사 등록 2018-11-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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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이슈데일리 장영준기자] 영화 ‘아저씨’ 이후 국내 스크린계에서 최고의 악랄한 배우로 손꼽히는 김성오가 더 악랄하고 비열하게 돌아왔다. 바로 영화 ‘성난황소’다.

기자는 최근 서울시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성난황소’에서 기태로 분한 배우 김성오를 만나 작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성난황소’는 한번 성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마동석)이 아내 지수(송지효)를 구하기 위해 무한 돌진하는 통쾌한 액션 작품.

2010년 ‘아저씨’ 이후 김성오는 줄곧 인상에 깊이 남는 연기력으로 악역을 선보여 왔다. 이번 ‘성난황소’에서 역시 동철의 아내 지수를 건드리는 악역 중에 악역으로 등장한다. 근 10년 가깝게 독보적인 악역의 자리에 위치한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시나리오 상에서 악당이다. 그건 변할 수 없는 거다. 이건 변할 수 없는 줄기다. 그 줄기 안에서 어떻게 악당 기태의 역할을 조금 생동감 있게 사람냄새가 나게끔 표현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감독님과 굉장히 얘기를 많이 했다.”며 악한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주안점을 드러냈다.

김 배우는 ‘성난황소’에서 등장과 함께 소름 돋는 서스펜스를 선보이며 역대급 악역의 출현을 알렸다. 해당 장면에 대해 “그 장면은 현장에서 촬영 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중년남자인데 아버지의 손목을 변하는 건 변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 부분이 상당히 잔인하고 굉장히 나쁜 건 알지만 그건 감독님이 신경 써야할 몫인 것 같다. 기태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기태가 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만 집중했다.”라며 장면 촬영 과정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기태는 기본적으로 베이스가 유쾌하다고 생각했다. 손목을 긋고 아프겠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그거에 재미를 느끼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작품을 유쾌하게 만들고 싶다고 하셔서 아마도 15세 관람가에 맞게 그 부분을 중화한 것 같다. 나는 오로지 기태에게만 초점을 맞췄다.”라며 장면 속 기태를 연기하며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 사진=쇼박스

극 중 기태는 악역임에도 마치 자기가 심판자이자 구원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등 일반적인 악한 캐릭터의 범주를 벗어난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기태의 행동이 전부 이해갔다. 살면서 우리는 굉장히 많은 선택을 한다. 인간의 도리를 묻는 질문에서 선택을 해야 함에 있어 인간은 남들의 시선 때문에 결정을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성오는 이어 “이런 부분에서 기태는 알파고 같은 친구다. 만약 누군가 병상에서 오늘 내일 하는 아내가 있고 배고픔에 허덕이는 자식들이 있는 아비에게 아내를 죽이면 10억을 준다고 한다면 우린 어떨까. 응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그걸 만약 알파고에게 물었다면 100% 응했을 거라고 믿는다. 기태도 알파고와 같다. 그런데 기태가 보는 인간들은 본성은 알파고의 말이 맞는데 왜 겉으론 눈물을 흘리면서 가식적으로 군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인간에 대한 심판을 내리는 캐릭터로 이해했다.”라고 자신이 이해한 기태 캐릭터를 설명했다.

‘성난황소’에서 역대급 악역을 보여준 김성오는 시사회 이후 한국판 조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조커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캐릭터다. 조커를 생각하면서 하진 않았다”라면서 “감독님과 얘기하며 기태만을 생각했다. 실질적으로 생각해봤다. 사람은 기본적인 심리에 의해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들 사회적인 모습을 생각해서 위선을 떨기도 한다. 기태는 그 부분을 파고들면서 상대가 당황하는 모습을 재밌어한다. 궁지에 몰게 만들어서 변명도 못하게 만드는 걸 즐기는 캐릭터다.”라며 비교에 대한 속마음과 함께 연기를 함에 있어 맞춘 초점을 알렸다.

‘성난황소’에서 기태의 가장 비열한 미소를 볼 수 있는 장면은 바로 극 초반 그의 차량이 동철의 차량과 부딪히고 트러블이 생기자 지수가 내려 기태의 운전사에게 소리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 대해 김성오는 “지수가 와서 화가나 운전기사에게 돈을 던지며 대사를 내뱉는다. 바로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느냐다.”라면서 “그게 지수를 납치하는 원인이다. 돈이면 다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려고 납치하는 거다.”라며 장면을 회상했다.

해당 장면이후 마동석은 김성오를 찾아내기 위해 ‘성난황소’로 돌변하고 무작정 돌진하며 통쾌한 한방 액션을 선보인다. 그리고 그 둘이 대면하고 극은 클라이막스를 맞이한다. 이에 김성오는 “영화를 찍는 거지만 항상 현장에서는 사고가 있다.”면서 “혹시나 실수로 합이 삐뚤어져서 맞으면 기절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워낙 동석이 형이 액션을 잘하고 안 다치게 잘해주신다. 실제로 영화를 찍으면서도 진짜 때리는 걸 싫어하신다. 영화적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배우들을 다치지 않게 배려해주며 촬영해주셔서 굉장히 안심됐다.”라며 마동석과 함께 한 액션장면의 비밀을 공개했다.

▲ 사진=쇼박스

마동석과 기태가 마주하는 장면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수를 괴롭히는 그의 악랄함 때문이다. 특히나 소름 돋게 비열한 장면으로 꼽히는 송지효를 물고문 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송지효에게 굉장히 감사하고 고맙다.”라고 말하며 “대역이 해도 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자기가 하겠다고 하더라. 원래는 기태는 물에 안 들어간다. 그런데 기태의 공간을 미술감독님이 너무 잘 만들어주셨더라. 그걸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물고문 장면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 수없이 고민하며 구상한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이다. 아마 송지효가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라며 명장면을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두 테이크를 갔다. 지효가 원래는 물속에 들어가면 숨을 뱉고 나오면 쉬어야하는데 그게 엇박자가 났다. 촬영 끝나고 나서야 죽을 뻔 했다고 말하더라. 영화상에선 길게 나오는데 그걸 다 실제로 찍은 거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들 안에서 주인공들의 적대자로서 특유의 향기를 담아내며 충무로 악역 연기 1인자로 부상한 김성오는 ‘아저씨’ 이후 이어지는 악한 이미지에 대해 “이미지가 굳어져도 된다.”라며 단호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배우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계속 작품이 주어지는 거 자체가 행복할 것 같다. 배우로서 가장 슬픈 일은 현장에 없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캐릭터가 악역이든 어떤 역할이든 현장에만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밝혔다.

한국판 조커라고 칭호에 걸맞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김성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성난황소’는 현재 극장서 절찬 상영 중이다.

장영준기자 joon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