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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의 쿡방송] '심야식당', 한 편의 연극이 된 음식 드라마

기사 등록 2015-08-0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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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유진기자] 새롭게 문을 연 이 가게 수상하다. 식당이란 두 글자 달랑 새겨진 간판에 메뉴도 가격표도 없는 내부. 마치 과거 우리네 시골 식당 풍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것은 드라마 '심야식당'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7월 첫방송을 시작으로 9회 차를 맞이한 ‘심야식당’은 보통의 드라마와 다른 구석이 있다. 매주 회당 30분 씩 1일 2회로 진행되는 독특한 드라마의 형식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매 회 식당을 찾는 새로운 손님들은 2명 이내로 등장, 이들은 각각 하나의 사연을 품고 김승우(마스터 역)를 찾는다. 이때 ‘심야식당’은 회상 장면을 빼곤 대부분의 전개를 식당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진행, 그마저도 롱테이크(Long take) 영상 기법을 사용하며 인물들의 얼굴에 화면을 고정시키는 등 연극 속 한 장면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빠른 전개와 화려한 미장셴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또 연극과 달리 공간의 제한에서 자유로운 드라마의 특성상 ‘심야식당’이 선택한 형식은 새로움을 넘어 도전 정신으로 와닿는 것도 사실.

이와 함께 극 중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 또한 실험적인 느낌을 준다. 일상적 화법인 구어체와 문어체가 한 데 섞여있는 듯한 화법은 그 대사만 읊어 봐도 대다수의 드라마와 차이가 느껴진다.

지난 2회에서 그려진 메밀전 편만 봐도 그렇다. 이날 방송 분에서는 심혜진(은수 역)이 등장, 한 때 잘나갔던 스타였지만 팬의 테러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은둔자처럼 살아가는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김승우(마스터 역)는 은수를 위해 메밀전을 요리하며 문학적 색채가 두드러진 대사를 표현, 은수 또한 메밀전을 눈앞에 두고 1분 가량의 긴 대사를 소화했다.

“세상에 메밀전처럼 자신을 꾸미지 않고 투박하게 재료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음식이 또 있을 까요. 메밀전을 보면 삶의 맨 얼굴을 보는 것 같아요. 어릴 때 부모님 두 분 다 일 나가고 안 계실 때, 동생들이 배고프다고 하면 프라이팬에 집에 있는 쉰 김치 몇 점 올려서 부쳐줬거든요. 그럼 별 거 없지만 구운 김치랑 메밀의 쌉싸름하게 고소한 맛이 어찌나 일품이던지. 부치는 족족 서로 먹겠다고 가져가는데…. 몇 점씩 먹어도 얇아서 늘 배고프고 모자라고 그랬어요. 마스터의 메밀전은 따듯하고 진솔해서 좋았어요”

위와 같은 대사는 '심야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긴 호흡의 대사다. 드라마 속에서 각 인물들은 단문과 장문의 호흡을 지닌 대사로 리듬감을 표현, 일정 부분에선 모놀로그 극의 일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같은 형식은 인물들의 사연을 부각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깊은 몰입도를 요구, 단조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평가를 자아내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심야식당'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기존에 드라마가 해내지 못한 부분을 일정 부분 소화해내고 있다. 연극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다루는 법, 매 회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고된 인생살이에 위로의 말을 건네는가 하면 공감 가는 이야기로 '쿡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지나치게 서정적인 극의 분위기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안겨 주면서 '마이너 드라마'라는 평가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드라마에는 분명 드라마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형식과 화법이 있다. '심야식당'은 그 틀을 깬 채 참신한 모습으로 등장, 그간 숱한 드라마에서 다뤄졌던 '막장 요소'와 뻔한 사랑 이야기 없이도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심야편성에도 불구, 첫 방송 이후 평균 2%를 넘나드는 전국시청률로 그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어 '심야식당'이 종영까지 11회를 남기고 있는 가운데 '마이너'라는 인식을 깨고 제대로 된 '힐링 쿡방송'으로 자리매김할 지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박유진기자 rori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