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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환의 영화 초이스]장애인의 날,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언터처블: 1%의 우정'

기사 등록 2016-04-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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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장애인의 날(8일)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비롯해 이날을 기념하는 대중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장애인의 극복의지와 이들을 향한 긍정적인 관점이 접목된 영화를 선정해 그 의미를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장애인의 날의 숭고한 취지를 고취시킬 수 있는(혹은 그런 맥락을 지닌) 한 편의 영화를 되짚어봤다.

# 언터처블: 1%의 우정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영화 속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하루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장애인이다. 반면 드리스(오마 사이)는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필립은 점차 자유로운 성격의 드리스에게 호기심을 느껴 특별한 내기를 제안한다.

바로 2주 동안 필립의 손발이 되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간호하며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다는 것. 참을성이라곤 눈꼽 만큼도 찾아 볼 수 없던 드리스는 오기가 발동해 엉겁결에 내기를 수락한다. 이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극과 극인 두 사람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된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은 경제력은 월등하지만 몸에 장애가 있는 남자와 몸은 월등하지만 경제력에 장애가 있는 남자의 상반된 역설을 통해 장애인의 삶과 희노애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장애'는 자칫 무겁거나 심각해질 수 있는 소재이나 '언터처블'은 결코 유머를 배제하지 않은 채 극을 유쾌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삶이라고 언제나 고달프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는 바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필립과 드리스의 행복함은 필립이 단순히 돈이 많기 때문에 성립되는 것이 아닌 이들의 진심과 따듯함으로 인해 즐거울 수 있음을 보여주므로 더욱 인상적이다.

즉 필립은 돈이 아니라 드리스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새삼 느끼는 것. 어쩌면 그동안 필립을 힘들게 했던 것은 몸의 장애도 있었겠으나 사실은 마음의 고통이 더 컸을 것이다. 그 마음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우정으로서 드리스가 등장하자 필립의 삶이 즐거워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뿐만 아니라 '언터처블'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통쾌하게 깨부신다. 여기에서 편견이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거나 폄하하는 것들을 포함한다. 이 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오직 장애 요인 그 자체에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필립은 장애로 인한 불편이 있으나 생각에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며 감정에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드리스는 이를 자연스럽게 알고 있으며 그를 있는 그대로 대하고 있다. 사실 장애는 질병의 한 종류이지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안경을 낀 사람이 안경이 없으면 앞을 보는 것에 많은 부분 장애가 있지만 우리가 이들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는 것처럼.

드리스가 필립에게 그러하듯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차별'이 될 수 없다. 감기를 앓고 있는 사람과 감기를 앓고 있지 않는 사람의 몸 상태가 서로 다르다고 해서 차별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감기를 앓고 있는 사람의 몸 상태는 틀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와 다를 뿐이다.

이 같은 맥락을 '언터처블'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거로써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필립과 드리스는 신체도 환경도 너무 다르고 하다못해 인종까지 다른데 이 작품은 상반된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따듯한 웃음과 애틋한 먹먹함을 자아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편견과 간극을 없앨 수 있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했다. 진정한 동질감이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원이 아닌 진심, 호흡, 소통,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오래전부터 필자가 좋아하는 격언이 있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쉽게 풀이하면 진정한 친구는 좋은 스승처럼 다가오고 진정한 스승은 좋은 친구처럼 존재한다는 뜻. ‘언터처블’의 필립과 드리스는 왠지 이 격언과 닮아있다.

그렇다면 필립은 분명 장애인이 맞으나 드리스의 진정한 친구인 것도 맞다. 의도적으로 다시 쓴다. 필립은 전신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신체적인 질병이 있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필립은 드리스의 진정한 스승이자 친구다. 우정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기에.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이 영화는 우리의 편견에 대해 질문한다. 당신의 친구와 우정은 안녕하십니까. 러닝타임 112분.

(사진='언터처블: 1%의 우정' 스틸컷)

소준환기자 akasoz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