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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See:夜]‘몬스터’ 현실 향해 날린 통쾌한 어퍼컷

기사 등록 2016-09-2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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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타지, 그것을 실현시킨 드라마가 마침내 강렬한 쾌감을 안겨주며 막을 내렸다. 지난 3월부터 방송됐던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가 20일 2회 연속 방영과 함께 50회로 종영했다.

‘몬스터’는 무척 도전적인 드라마이다. 일반적으로 미니시리즈가 편성되는 월화드라마 시간대에 50부작이란 장편드라마, 그것도 정치와 대기업의 비겁한 이면을 그려낸다는 내용도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몬스터’는 약 6개월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시청자들의 인기를 받아왔다. 로맨스와 코미디가 뒤섞인 와중에도 ‘몬스터’는 진중한 복수극의 색을 이어갔고, 극 후반부에는 정치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전략적인 묘수 싸움을 그려내 긴장감을 끌어냈다.

20일 방송된 49회, 50회에서도 ‘몬스터’는 완벽한 마무리를 향해 인물들의 지략싸움을 담아냈다. 이날 변일재(정보석 분)은 도건우(박기웅 분)에게 몰래 수면제를 먹이면서까지 ‘판도라의 상자’를 몰래 빼내려고 했지만 이미 도도그룹 회장실에는 그것이 없었다. 결국 황재만(이덕화 분)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변일재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강기탄(강지환 분)은 그런 그를 찾아가 “조롱하려고 왔는데 안 그래도 될 거 같다. 거지한테 거지같다고 하면 별거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문태광(정웅인 분) 실장 역시 “이제 비자금도 없고 대통령도 노리고 있으니 낙오자보다 더하죠”라고 맞장구를 쳤고 변일재는 그 와중에도 지지 않고 “나한테 복수한다고 네 부모 안 돌아와”라며 “네가 별에 별짓을 다해서 날 못이긴다는 거야”라는 말로 쐐기를 박았다.

결국 강기탄은 채권을 통해 도도그룹을 부도위기로 몰아넣었고 도충 회장은 그에게 변일재의 살인 증거를 줄 테니 도도그룹의 공격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강기탄은 살인 교사한 도광우, 그를 인멸한 도충 모두 공범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도충은 이에 울부짖듯 “미안해, 잘못했어”라는 말로 치매 걸리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기탄은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엿본 신영은 눈물을 흘렸다.

도광우는 그런 신영에게 자신과 함께 하자고 제안했으나 오히려 정강이를 까이는 수모를 겪었다. 신영은 이후 강기탄에게 자신에게 왜 그랬냐며 따졌고 강기탄은 복수를 할 때 힘들 만큼 네가 좋은 여자여서 그렇다고 그를 위로했다.

그렇게 복수의 문턱까지 온 강기탄이지만 결국 각막이식수술 때문에 실명위기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그는 시력이 최대 6개월 정도만 유지될 거라는 말에 오수연을 찾아가 그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며 “이제는 널 욕심 낼 수가 없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강기탄은 제보자가 한상구 비서임을 알게 돼 그를 유인할 방법을 떠올렸으나 그가 ‘판도라의 상자’를 가지고 있다는 건 도광우와 변일재, 그리고 도건우도 그를 추적했다. 결국 한상구는 강기탄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49회는 이렇게 코앞까지 다가온 복수극의 끝에서 치열한 열전으로 마지막회를 예고했다.

곧이어 방송된 50회에서는 이 모든 사건들이 정리되면서 인물들이 자신의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한상구가 결국 변일재, 도광우에게 납치당해 구타당하는 동안 강기탄은 묘수를 냈다. 바로 제보자인 척 변일재와 도광우를 꼬드긴 것.

도광우는 꾀임에 넘어가 제보자를 만나러 나왔고 강기탄은 그를 추적했다. 궁지에 몰린 도광우가 각목을 휘두르는데 기탄은 순간적으로 찾아온 두통에 비틀거리며 머리를 맞았다. 그러나 다시 광우를 넘어뜨리고 그를 제압한 기탄은 벽돌로 그를 내리칠 뻔하지만 문 실장이 막아줬다.

결국 간신히 한상구와 판도라의 상자를 손에 넣었지만 변일재를 놓치고 마는 강기탄. 오수연은 다친 도건우를 찾아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하지만, 강기탄의 전화에 달려나가는 모습을 본 도건우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판도라의 상자’를 건네받은 오수연은 다음날 생중계에서 모든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는 또 “오충동씨 자수하세요, 제동생의 억울한 죽음 밝혀줄 사람, 오충동씨밖에 없습니다. 자수해서 제 동생 동수가 변일재의 손에 죽은걸 입증해주세요”라고 자신의 사연까지도 모두 털어놓았다.

방송이 끝난 후 강기탄은 오수연에게 “이제 울지말고 널 위해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당부한 후 도도그룹을 공개매수로 돌린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건우는 이를 반격하기 위해 도충 회장과 자신의 지분을 합쳐 극동제약에 팔 거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도충회장은 강기탄을 찾아가 자신의 지분을 모두 넘기며 “나하고 우리 광우, 용서해주시게나”라고 부탁했고 이에 강기탄도 “도도그룹, 제가 다시 살려놓겠습니다”라며 그를 위로했다.

도건우는 그 소식에 도충을 찾아가지만 도충은 도도그룹에 있는 수십 만명의 사람들을 버릴 수 없다며 자신의 아들이지만 이제는 가슴 속에 묻어두겠다고 말했다. 이후 죽음까지 각오한 도건우는 마지막으로 도충에게 전화해 “저도 아버지가 좋아졌어요.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아버지”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변일재가 오수연을 죽일 것임을 알게 된 오충동이 도건우에게 전화를 했고 도건우는 변일재를 막으러 갔다. 도건우의 전화를 받은 강기탄도 그곳으로 향했지만 먼저 도착한 도건우가 오수연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고 말았다. 도건우는 오수연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이에 분노한 강기탄은 변일재를 붙잡았지만 일재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국철아”라며 역으로 그를 도발했다.

강기탄은 복수에 성공해 모두와 함께 파티를 열지만 자신의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숨기고 문 실장에게 도도그룹 회장직을, 옥채령에게 화평단을 넘겼다. 그는 시력을 잃기 전 독일로 출국하는 오수연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강기탄은 변일재를 사형선고 해달라고 황재만에게 부탁했고 결국 변일재는 2년 후 사형을 당하게 됐다. 그러나 도광우는 대통령 특별 사면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도충 회장의 회개기도를 함게 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암시했다.

이후 결국 눈이 멀어버린 강기탄을 위해 문태광 회장은 도건우의 기일에 귀국한 오수연을 집으로 데려왔다. 문 회장은 그를 말 못하는 메이드로 소개했지만 기탄은 이미 그가 오수연임을 알고 그를 경고 세 번에 해고시켰다.

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나선 기탄은 곁에 따라온 오수연의 손을 잡고는 “정은아, 바보같이 말 안하면 넌 줄 몰랐을 것 같냐”며 그를 불렀고 수연 역시 “국철아, 기다리고 있을게. 꼭 살아야 돼”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수술실로 들어간 기탄은 시력이 돌아왔을 때 밝게 미소 지을 수연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이렇게 50부 대작의 ‘몬스터’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다.

‘몬스터’는 이처럼 방대한 내용을 전개해나가면서도 특유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묵직한 복수극에도 유쾌했던 상황들로 코미디를 유발했던 그간의 내용처럼 49회에서는 도충과 황귀자(김보연 분)의 대화로, 50회에서는 수탁(김동희 분)의 ‘몸연기’ 등을 통해 웃음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한 현실적이면서도 비판적인 내용처럼 명대사들을 남기며 드라마의 핵심을 더욱 확고하게 했다. 비리 문제에도 대통령으로 당선된 황재만을 보며 “40프로 국민들의 심리를 모르겠어요” “무감각해져서 그런 거겠죠. 후회스런 선택이 아니길 바라야죠”라는 문태광과 강기탄의 대화는 그야말로 그런 정신의 정점을 찍었다.

또한 50부작을 함께 해온 배우들의 호흡이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이어졌다. 특히 악역을 담당하고 있는 정보석, 진태현, 박기웅의 ‘케미’를 이번에 더욱 빛났다. 변일재는 젠틀해보였던 그동안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진 채 강지환을 도발하고 성유리를 죽이려고 하는 등 추악한 악역의 끝을 보여줬고 진태현은 능청맞으면서도 여전히 모두에게 변수가 되는 특유의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러나 ‘몬스터’의 중심에는 강지환의 강기탄이 있다. 강지환은 상대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면서 이성적으로 복수의 계획을 세우고 차분하게 상대를 조여 가는 강기탄의 카리스마를 십분 발휘했다. 그는 이날 조보아와의 장면에서도 깊은 속내를 드러내는가 하면, 성유리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으로 강기탄의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다소 허무하다 싶은 열린 결말에도 ‘몬스터’가 짙은 여운을 남기는 건 맨몸으로 오직 복수만을 위해 달려온 사내의 이야기를 강지환과 배우들이 선명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극본 속에 녹아든 사회 속의 문제까지, 이 모든 것이 아우러져 ‘현대의 서사시’를 완성시킨 셈이다. 이들이 남긴 잔상이 단순히 시청자들의 재미가 아닌, 세상을 바꿀 만한 역동성이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사진=MBC '몬스터' 방송 캡쳐)

성찬얼기자 remember_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