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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타칼럼-김준현] 2부. 내가 사랑한 코너

기사 등록 2013-01-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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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콘서트’의 24시는 치열하다. 돌아오는 일요일마다 새로운 웃음을 주기 위한 개그맨들의 하루, 또 일주일은 상상초월이다. 아이템 회의는 매일 계속되고, 출퇴근 시스템에 매주 수요일은 ‘개그콘서트’ 녹화에만 매달린다. 그리고 또 다음 주 녹화를 위해 달려가는 식이다. 김준현도 예외는 아니다. 공채 합격 전까지는 생각도 못한 개그맨으로서의 삶. 3, 4분의 코너를 위해 일주일을 바쳐야 한다는 걸 예전엔 미처 몰랐다. 사람인지라 버거울 때도 있지만 ‘재미’를 위해 꿋꿋하게 이겨냈다. 그 결과 ‘개그콘서트’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김준현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잘 살려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고, 지금은 어엿한 ‘개콘’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 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코너의 주인공이며, 2012년 최고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의 땀과 노력, 열정이 빛을 발한 결과다.

또 다른 변신을 계획 중인 김준현의 다음이 기대된다. 그 전에 그가 직접 전하는 ‘내가 사랑한 코너’를 들어보자. //편집자주

지난 1부에서 개그맨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면 2부에서는 제가 출연했던 코너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수많은 코너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고,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들을 중심으로 떠올려봤어요.

<“그래, 나 뚱뚱하다”를 당당하게 외치는 김준현. 마음만은 호올쭉한 남자>

◆ ‘개그콘서트’의 엔딩코너로 자리 잡았다!

현재 저는 ‘개그콘서트’에서 ‘네가지’, 그리고 ‘생활의 발견’에서 모습을 비추고 있죠. ‘생활의 발견’은 송준근, 신보라가 역할을 던져주면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니까, 사실 크게 힘들건 없어요.

‘네가지’는 어느덧 1년을 넘긴 코너입니다. 그래서 ‘연예대상’에서도 아이디어상이나 코너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살짝 기대를 했는데..그러질 못해서 멤버들 모두 아쉬워했죠. 다들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네가지’가 탈거라고...‘개콘’ 내부에서는 그런 식의 소문이 살짝 돌았는데..어찌 된건지 참. 하하.

모든 코너들이 다 그렇겠지만 한명 씩 매주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같이 하는 작가들의 고생도 크고. 그래서 코너상을 정말 받고 싶었는데! 섣불리 김칫국을 마셨나 봐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죠 뭐.

‘네가지’라는 코너에 애정이 많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개그 장르이기도 해요. 물론, 연기를 하는 콩트도 재미있지만, 스탠딩 개그는 그만의 희열이 또 있거든요. 처음엔 즐기면서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질 못했나 봐요. 그게 보는 사람들에게도 비춰진 모양이더라고요. 제가 버거워하고 있는 모습이..

얼마 전에 정형돈 선배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 다 끄집어내는 게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차, 싶었죠.

전부터 새로운 코너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여서 더 크게 와 닿았어요. ‘네가지’가 ‘개콘’에서도 마지막 코너인데다 저는 거기서 또 마지막 주자이다 보니, 관객들의 기대가 점점 더 고조되거든요. 어느 날 반응이 생각한 것보다 덜 나왔을 때, 주눅이 들기도 하죠. 관객들을 스스로 제압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역공을 당한다고 할까. 그럴 땐 참 힘든 날이에요.

과거 ‘폭소클럽’에서 스탠딩개그를 할 때는 나긋나긋하게 했다면, ‘네가지’는 지르면서 하다보니까 더 매력 있어요. 정신없이 막 쏟아낼 때 관객들이 크게 웃으면 그 희열은 배가 되죠.

1년을 넘긴 ‘네가지’. 이 만큼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4명이 함께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초반의 신선함이 줄어들고, 약간은 식상해지려 할 때 (양)상국이가 웃기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김기열 선배가 주목을 받는 식으로 개개인에 초점이 맞춰져서 또 다른 재미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라면, 앞으로 2년 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하하하.

<변DJ가 광고를 듣고 오겠다고 하면 불쑥 나타나야 했던 그 시절, 김준현>

◆ 갑자기 불쑥 “흥부 앤 놀부”, “6시 앤 내고향”

제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코너는 변기수 선배와 함께했던 ‘DJ변’이었어요. 지금까지 거의 모든 코너가 그렇듯 원래는 제가 할 것이 아닌데, 합류한 경우가 많아요. “주워먹는다”는 말을 많이 듣죠. 하하. 이 코너 역시 마찬가지고요.

‘DJ변’의 제가 맡았던 역할은 원래 (최)효종이었어요. 그 친구가 구상한 두 가지 아이템을 가지고 새 코너 검사를 받았는데, 둘 다 반응이 좋았던 거죠. 두 가지 모두 괜찮다는 결과를 받아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그러다가 ‘DJ변’의 효종이 자리가 공석이 된겁니다.

저는 당시에 틀이 약간은 옛날식이었던 ‘DJ변’에 큰 욕심이 없었고, 오히려 다른 코너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정)범균이의 한 마디로 ‘DJ변’에 합류하게 됐죠.

그 때 범균이와 저는 걸어서 2분 거리에 살고 있었어요. 마침 제가 자동차를 막 샀고요. ‘DJ변’에서 효종이 대신 누구를 넣을지 생각해오라는 감독님 말에 같이 출, 퇴근하기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를 지목한 거죠. 제가 황당할 수밖에 없는 건, 진짜 그 이유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내가 이야기 했어...”라고 하는 범균이의 말에 ‘개그콘서트’ 연습실 옥상에서 진심으로 화를 냈어요. 코너를 두 개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저의 “흥부 앤 놀부”가 시작됐습니다. 하하. 다시 생각해도...웃기네요.

가벼운 이유로 들어가게 된 코너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어요. 그 코너로 대중들에게 얼굴도 많이 알렸고, 행사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범균이에게 고마워해야겠네요. 하하하.

‘DJ변’은 목, 금요일 아이템 회의를 했는데 이 때 ‘OO앤 OO’을 생각해 두고, 이후 돌아오는 월요일에 그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지금 와서 밝히지만, 좀 편했죠. 지금처럼 스케줄이 빡빡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주일을 몽땅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는데 쓸 수 있었어요.

개그맨이 되기 전에는 정말 몰랐던,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죠. 한 주 방송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회의를 하는지. 생각해 보면, 다들 그렇게 노력하니까 좋은 평가를 얻는 것 같아요. 지금의 ‘개그콘서트’가 있는 이유기도 하죠.

<할 말은 하는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 입니다!>

◆ “너 자꾸 그러면~~” 잎새반 김준현 어린이

‘DJ변’ 이후 노란색 모자에 원복을 차려입은 유치원생으로 나왔는데, 기억나시나요? 이수근, 장동혁 선배가 앵커를 보시는 ‘9시쯤 뉴스’였는데, 기자가 없다고 하는거예요. 사실 뉴스코너는 신선한 무언가가 나오기 힘들어요. 기자들이 소식을 전달하면서 다른 콘셉트로 나오는 식이었는데, 모집을 한거죠. 당시 신보라가 실연당하고 연인을 찾아다니는 기자로, 김지민이 약간 무식한 콘셉트로 나왔었죠.

어느 날 갑자기 서수민 감독님이 “짜와!”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10초 정도였어요. 잎새반 어린이의 논평으로. 사회문제를 얘기하면서 그에 대한 평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말하는 톤이 마음에 드셨나보더라고요. 6, 7줄 분량을 짜오라고...갑자기. 막막했죠. 어떻게 해야 하나 했어요.

<흥흥! 귀여운 멜빵바지 소년, 박소망입니다!>

◆ 잎새반 어린이의 시초는 소망이?

유치원생은 사실 이전 코너에서 시도했던 거였어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박성광, 장기영과 함께했던 ‘워워워’라는 코너에서 막내로 나왔거든요. 유치원생 소망이로! 3개월 정도했었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코너예요. 거기서 했던 유치원생 캐릭터를 ‘9시쯤 뉴스’에 가져왔고, “너..자꾸 그러면~~”이라는 대사는 ‘많이 컸네, 황회장’에 중간 투입됐을 당시 ‘너 자꾸 그러면’ 코드가 있었는데 그걸 넣어서 해봤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2012년 최고의 유행어 ‘고뤠~?’를 만들어낸 김준현>

◆ “고뤠~~?” 2012년 최고의 유행어 등극

‘고~~뤠?’를 만들어준 ‘비상대책위원회’도 원래는 제가 아니었어요. 김대성이었죠. 1회 녹화를 마치고 대사를 한 번 읊어봤어요. 누가 시킨건 아니지만. 하하하. 그랬더니, 다들 제가 하는 게 더 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회부터 제가 투입된 겁니다. ‘고뤠?’ 처음엔 밋밋했어요. ‘그~으래?’ 정도 하고 바로 앉았죠.

어느 날 카메라 감독님이 한 번 살려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으~뤠?’ ‘고~~뤠~~~?’ 점점 더 크게 했더니, 진짜 반응이 오더라고요. 2012년 최고의 유행어 1위로 선정될 만큼이요. 정말 뿌듯하고 벅찼습니다.

‘네가지’의 ‘맛있어!’도 같은 카메라 감독님께서 재미있으니까 한 번 해보라고 하셔서, 했더니 의외로 반응이...그걸로 광고도 찍었고요. 그 카메라 감독님께는 정말 식사 대접이라도 해야겠어요. 감독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어슬렁거리며 주워 먹는다는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네요. 하하하.

지금 하고 있는 ‘네가지’를 오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스탠딩 개그에 애착이 크지만 다음 코너는 조근 조근 풀어나가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환기차원에서요. 기대해주세요!

이렇게 김준현의 코너 이야기 2부는 끝이 났습니다. 이어지는 3부에서는 ‘개그맨 김준현’이 아닌, 사람 김준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생각입니다. 저의 취미인 낚시 얘기도 좀 해보고요. 기다려주세요~

글:김준현
편집:황용희국장 (이슈데일리) ent@issuedaily.com
사진:이슈데일리 김효범작가(로드스튜디오) KBS

황용희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