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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분석] ‘7년의 밤’ 류승룡-장동건, 절규와 광기가 폭주했다 (종합)

기사 등록 2018-03-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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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최하은 사진기자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배우 류승룡, 장동건, 고경표. 세 사람의 ‘피의 대물림’이 시작됐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추창민 감독을 비롯해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등이 참석해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7년의 밤’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문단의 극찬을 받은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을 원작으로 한다. 우발적 살인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한 인간과 선악의 교묘한 경계의 무거운 소재를 인간 내면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풀어낸 것. 정유정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문장은 출간 2주 만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으며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원작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날 언론시사회에서는 원작과 차별점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원작에서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강조했다면 영화에서는 ‘드라마성’을 부각시킨 것 같다는 질문을 받기도. 각색과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은 이에 대해 “원작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강했다. 특히 오영제를 표현하는 방식은 단순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살인마였다. 저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연출하기가 힘들다. 오영제라는 인물을 설득하기 위해 원작과 다른 사연이 필요했다”라며 “오영제에게 또 다른 사연을 준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최하은 사진기자
이어 그는 “원작이 너무 뛰어났기에 기대가 큰 건 사실”이라며 “뛰어난 문학성을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 제가 연출한 기존의 영화들은 따뜻하고, 휴머니즘이 가득한 영화였다. 이번만은 다른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선택하고, 이 작품의 기초는 성악설이 아니냐,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라고 질문하셨다. 악에도 근본적인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해 단순히 악이 아닌 이유를 들어 악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게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계기를 밝혔다.

123분의 러닝타임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류승룡, 장동건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 따뜻한 연기를 선보였던 류승룡은 잘못된 선택으로 살인자가 된 최현수 역을 맡아 깊고 복잡한 부성애를 그려낼 전망이다. 잘못된 선택, 어긋난 부성애가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그려낸 그는 “가늠할 수 없는 성장, 환경, 크나큰 파도와 같은 사고를 겪었을 때 한 인간이 본능적으로 어떻게 할까, 귀중하게 생각한 것을 잃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표현할 때 끝이 어딜까 추궁했다”라면서 “원래 작품이 끝나면 바로 빠져나오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데 이번 작품은 유독 힘들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때 생각이 나더라. 차기작을 선택할 때도 영향이 있었다”라고 최현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연기 인생 25년 만에 파격 변신을 한 장동건. 그는 극중 딸을 잃고 지독한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로 분했다. 그는 “배우가 처음 역할을 만나 연기를 하면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한다. 공교롭게도 저에게 딸이 있다. 연기를 하기 위해서지만 ‘이런 상상을 해도 되나?’라는 생각만으로도 죄책감을 느꼈다. 촬영할 때마다 상상하게 되고 그러면서 오영제라는 인물의 심리에 가까워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작에서는 오영제가 싸이코패스라고 규정되어 있다. 심리묘사가 글로써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영화에서는 일일이 다 표현할 수 없고, 배우의 감정과 느낌만으로 표현해야하지 않나. 오영제라는 캐릭터가 딸을 학대하는 아버지다. 그 딸을 잃었을 때 복수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 감정이다. 사람 심리, 행동의 동기가 100% 하나의 이유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개인적으로 오영제가 딸을 향한 마음도 부성애라고 생각했다. 그게 잘못된 거지만 딸을 키우기 위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오영제라는 인물이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는, 설명이 되고, 설득이 되는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7년의 밤’은 원작에서 강조됐던 스릴러와 달리 주요인물 각각의 심리를 치밀하게 파고든다. 추창민 감독은 “원작이 가진 부성을 부각시켰다. ‘피의 대물림’이다. 어린 서원에게는 세 명의 아버지가 있다. 나를 낳아준 최현수 같은 아버지, 나를 외면하는 오영제 같은 아버지, 나를 지켜주는 안승환 같은 아버지다”라면서 “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는 방법, 어린 서원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마지막에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영화는 원작의 거대한 서사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로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광기 어린 열연, 원작이 주는 매력,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을 제시할 ‘7년의 밤’은 오는 28일 개봉된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