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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이요원 "카리스마 연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만족감"

기사 등록 2017-03-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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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슈데일리
[이슈데일리 안예랑기자]언제부턴가 이요원은 ‘걸크러시’의 대명사가 됐다. 가장 최근 종영을 알린 드라마 ‘불야성’(2016)에서 그는 권력으로 더 큰 권력을 탐하는 냉혈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욱씨남정기’(2016)의 뒤를 이어 또 한 번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이요원. 그런 그의 카리스마에 인간적인 면모가 더해지면 어떤 모습이 탄생할까.

이요원은 최근 개봉한 영화 ‘그래, 가족’(감독 마대윤)을 통해 조금 색다른 변신을 도모했다. 그는 극 중 짐처럼 느껴지는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가고자하지만 ‘금수저’ 앞에서 좌절을 맛봐야만 했던 수경으로 분해 그 어느 때보다 현실감 가득한 연기를 보여줬다. 데뷔 20년 차, 4년 만의 스크린 컴백, ‘걸크러시’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지고 찾아온 이요원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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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드라마 ‘사랑하니까’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렸다. 앳된 외모가 여전히 남아있는 그였지만 어느덧 20년을 꽉 채운 베테랑 연기자가 됐다. 그 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고, 그 개수만 해도 20작품을 넘어섰다.

“저는 제가 20년 동안 연기자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20년이 지나면 정말 엄청난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돼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네요(웃음)”

이요원은 자신을 ‘여전히 부족한 배우’라고 표현했다. 그는 오히려 신인 시절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각이 더 많아져요.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자신감과 열정이 크잖아요. 신인일 때는 주위에서 칭찬만 해주시니까. '내가 잘하는 건가봐'라는 착각 속에 빠졌는데 지금은 옆에서 아무리 '잘한다, 잘한다' 해줘도 안 들리는 거죠. 그런 점이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스스로 자기 객관화를 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였지만 사실 이요원은 착실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었다. 드라마 ‘선덕여왕’(2009) 속 당차고 씩씩했던 덕만이에서 ‘49일’(2011)에서 보여줬던 삶에 지친 비련의 여주인공을 거치더니, 2013년 ‘황금제국’을 시작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캐릭터로 이미지를 선회했다. 특히 권력욕을 불태우는 캐릭터는 그의 연기를 지켜봐왔던 시청자에게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선한 이미지만 맡다가 처음 센 역할이 들어온 게 '황금의 제국' 이었어요. 그게 제가 재벌, 기업 드라마를 처음 해본 거였어요. 그래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도 재벌을 한 번도 안했으니까 꼭 해보고 싶었어요. 작가님이 잘할 수 있는 부분, 잘하는 부분에 맞춰서 잘 써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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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에서 보여준 연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그는 ‘욱씨남정기’ ‘불야성’까지 꾸준히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보여 왔다. 지난 달 개봉한 ‘그래, 가족’ 속 오수경도 그 성향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제가 '욱씨남정기'를 찍을 때 이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얘도 똑같이 욱하네, 전문직 여성이네'. 그래서 너무 비슷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가족 영화잖아요.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니까 짜증을 내는 장면도 다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매사 당당하고 자신이 하려던 일을 관철시키고야 마는 기자로 분한 이요원은 기존에 보여줬던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에 '가족애'라는 감성을 더해 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냈다. 그러나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는 세 남매 사이에 갑자기 등장한 막냇동생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그렸기에 대부분의 시선은 아역배우 정준원에게 맞춰져있었다.

"수경이에게 초점이 맞춰졌으면 4남매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경이의 이야기가 됐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부분에서 가볍게 설정한 것 같아요. 막둥이라는 아이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중점을 뒀죠."

오수경은 작품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기도 했다. 초반 냉랭하던 야망 가득한 캐릭터가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애를 상기시키는 중심구의 역할을 했다.

"야망이 있을 수도 있지만 수경이는 먹고 사는 것도 급급한 인물이잖아요. 나를 서포트할 수 있는 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치열한 캐릭터였어요. 뉴욕에 가고 싶어 하는 결정적인 이유도 가족을 떠나고 싶은 마지막 수단이었기 때문인데. 그 마저도 내 노력에 반해서 ‘금수저’한테 뺏기는 게 허무하고 어이가 없는 감정. 그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분이 이 친구한테 있어서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죠."

이요원이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또 하나의 변신은 바로 코미디였다. 회사 대표의 집에 녹음기를 몰래 설치하려다 걸린 수경이 녹음기를 삼키고 쓰러지는 모습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제가 코미디에는 정말 자신이 없어요. 다행히 직접적인 코미디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코믹했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에서도 저는 되게 진지하게 촬영했어요. 진짜로 이 상황에서 걸리면 죽을 것 같고, 나는 살아야 되는 직원일 뿐이고. 그래서 그런 장면이 나온 거지 코믹하게 보이기 위해서 어떤 작위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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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가련 캔디, 당차고 씩씩한 캐릭터를 지나 카리스마를 발산한 이요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또 하나의 성장을 했다. 다소 가볍고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마저 완벽하게 소화한 이요원은 넓어진 연기 폭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보지 않은 캐릭터가 많다고 말하는 그는 어떤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을까.

“일단 지금은 제가 이미지가 굳어서 센 캐릭터만 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제 나이또래의 여자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또 범죄영화나 오락물에 나오는 수사관 캐릭터도 좋고. 제가 센 캐릭터에 도전하기는 했지만 악역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악역을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세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은 못한다고 생각했던 이요원. 그가 본인이 정해놓은 한계를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까지 꼬박 16년이 걸렸다. 그리고 4년이 지난 현재 그 도전은 이제 이요원을 정의내리는 수식어가 됐다.

“저는 솔직히 이렇게 세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 잘 못했어요. 스스로도 못한다고 생각 했고. 그런데 하다보니까 특이하게 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고민해야 했던 캐릭터들을 자주 접하게 됐던 것 같아요. 한 작품 한 작품 끝내면서 배운 점, 얻은 점은 저만의 길을 만들었다고 해야 될까요. 그런 부분에서 저만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만족감을 느껴요.”

본인을 채찍질 하는 캐릭터가 성장의 동력이 됐다고 말하는 이요원은 여린 외모와 달리 강단을 가지고 있는 배우였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할 예정이다. 20년.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않는 이요원은 계속해서 노력하는 이유에 대해 작품 속 ‘걸크러시’를 연상하게 하는 간단명료한 답을 남기고 인터뷰를 마쳤다.

“저한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최선을 다해 계속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요.”

안예랑기자 yrang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