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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이 영화 어때?]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구시대 영웅이 필요한 이유

기사 등록 2014-04-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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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기자]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가 개봉 2주차에도 적지않은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는 개봉일인 지난 달 26일 16만679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후 지난 3일까지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적관객수는 168만3124명이다.

여기에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한 크리스 에반스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촬영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가 한국에서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캡틴 아메리카가 한국을 방문한 모양새다.

전작이었던 '퍼스트 어벤져'가 51만4417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상승한 흥행성적이다. '어벤져스'가 707만4867명을 동원했지만 그것은 캡틴 아메리카만의 성적이 아니기에 이번 시리즈에서의 흥행은 흥미롭다.

'어벤져스'가 전 세계적인 흥행 성공을 거두면서 후속편 제작에 자신감을 얻은 마블코믹스는 '아이언맨'과 '토르'의 후속편을 연이어 내놓았다. '아이언맨3'는 900만1309명을 동원했으며, '토르:다크월드'는 303만8860명을 불러모았다.

'아이언맨3'는 시리즈 최대 흥행성적이며 '토르:다크월드' 또한 전작이 거둔 169만4529명을 웃도는 성적이다. 모두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나타난 성적으로 분석된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는 이름에서 나타난 것처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인기를 얻기 어려운 캐릭터다. 이름은 물론 외모도 전형적인 미국 백인의 모습이며 성격 또한 전형적인 미국 바른생활 사나이라 요즘 시대에 큰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다.

하지만 마블히어로 세계관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갖는 위상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코믹스의 라이벌인 DC코믹스의 간판 슈퍼맨처럼 미국의 힘과 정의를 상징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뜨거운 애국심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미국 청년이다. 캡틴 아메리카 원작 만화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시기에 나치를 무찌르는 영웅의 이야기를 담아낸만큼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는 미국 사회가 가장 원한 캐릭터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은 물론 냉전시대까지 끝난 현대 시대에 캡틴 아메리카와 같은 캐릭터가 매력을 갖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름과 외모에서 느껴지는 미국 색깔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인기를 얻기 더 어렵다.

캐릭터로 어필하기 어려운 영화에서 캐릭터를 살리려면 이야기로 관객들을 설득해야 한다. 세간의 영화평처럼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히어로를 이용한 정치스릴러 스토리로 관객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영화는 쉴드의 숨겨진 음모와 배신, 공작, 의혹 등 정치스릴러에서 보여준 장치들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히드라는 쉴드를 장악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쉴드 요직에 자신들의 끄나풀들을 심어놓았고, 결국 그들은 쉴드와 캡틴 아메리카, 시민들을 위협하기 이른다.

눈앞에 보이는 적이 아닌 내부에 숨어든 적 앞에서 가장 강력하고, 안전한 조직 쉴드는 속절없이 무너진다.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대립하는건 히드라, 쉴드가 아닌 윈터 솔져라는 또다른 다크히어로다. 오직 생명과 정의를 생각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달리 파괴와 살육으로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 힘인가. 아니면 위협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힘인가. 윈터 솔져와 캡틴 아메리카는 진정한 힘은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시기 인물인 캡틴 아메리카는 구시대의 인물이다. 나치는 괴멸했고, 냉전도 끝이 난 21세기에 캡틴 아메리카가 무찔러야할 적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시대가 달라진만큼 정의의 개념도 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는 구시대의 영웅 캡틴 아메리카가 해야할 역할을 제시했다. 바로 정의를 가장한 폭력으로부터 약자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벤져스'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해야할 역할이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코리아]

여창용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