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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타칼럼- 이수근의 '인생극장'] 오락부장이 개그맨이 되기까지/ '나의 친구' 김병만에게(박스)

기사 등록 2013-02-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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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에도 큰 웃음 빵빵 터뜨리는 이수근, 유쾌한 그의 모습에 에너지가 절로 생기는 듯~

[글=이수근]국민일꾼. 개그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하지만 이수근에게는 그 어떤 단어보다 절실했던 단어다. KBS2 '개그콘서트'의 '고음불가' 코너로 인기를 끌다 넘어온 '1박2일'은 그가 예능 MC로 발돋움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1박2일' 시즌2 고정까지 꿰차며 자리를 잡은 지금 그는 누가 봐도 이미 그 산을 넘어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이 분명하다.

'1박2일'을 시작으로 '승승장구' MC자리를 거머쥔 이수근은 이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카메라 밖에서만 웃긴 사람으로 통했던 이수근은 어느새 자신의 개그를 카메라 안으로 끌고 들어오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가짜(?) 중국어를 중얼거릴 땐 어느 누구도 웃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수근이 개그맨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다시 예능인으로 거듭나기까지. 이제는 존재의 이유가 된 가족, 그리고 절친 김병만. 이수근의 파란만장 인생사가 총 3부로 펼쳐질 예정이다. 그가 전하는 인생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제부터 시작될 그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아마 이수근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볼 수 있으리라. //편집자주

시작은 시골 학교 오락부장

저는 원래 다른 꿈을 꿔 본 적이 없어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웃기면서 지내다보니 개그맨이 꿈이 된거죠. 시골 동네에서는 웃긴다 그러면 다들 개그맨으로 진로가 정해져요. 솔직히 제가 공부를 그리 잘했던 아이도 아니었고.

▲ 개그맨 데뷔 전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할 때네요. 벌써 10년 전이네요. 옛 기억이 새록새록~

동네가 동네다 보니 변변한 병원도 없었어요. 그러니 의사를 꿈꿀리가 만무하죠. 공부 싫어하는 아이가 선생님 본다고 선생님 되는 것도 아니고. 저는 그냥 학교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았고, 또 웃기는 거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어요. 뭐, 가끔 선생님이 수업하다 재미 없으면 저보고 나오라고 해서 반 친구들을 웃겨주기도 했죠.

그러다 자연스레 오락부장이 되는 거예요. 다들 아시겠지만, 오락부장이 별 거 있습니까? 그냥 소풍가거나 수업 지루할 때 앞에 나가서 분위기 띄우는 역할인 거죠. 그게 딱 개그맨이었던 거죠. 어릴 때 거의 그런 건 다 맡아서 했어요. 흔히 개그맨들한테 "너 예전에 뭐했어?" 그러면 다들 "오락부장했다"고 그럴걸요?

아무 것도 없던 20대, 심현섭 백재현 선배 보며 꿈 키웠죠

저에게 가끔 "데뷔 전 롤모델은 누구였나?, 멘토로 삼던 개그맨 선배가 있었나?"라는 질문을 하세요. 조금은 실망스럽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사실 제가 개그맨을 꿈꿀 때는 누구처럼 되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굳이 멘토라고 한다면...저에게는 공채였죠. 일단 공채 개그맨이 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으니까요.

▲ 혹시 수련회에서 이런 아저씨 본 사람 있니? 무전기와 이름표 달고 있던 키 작은 아저씨. 그게 바로 나였단다~

병만이와 함께 했던 옥탑방 얘기는 자주 해드렸는데요, 그 친구와는 20대 초반에 사회에서 만나 꿈을 키워가면서 같이 성공한 케이스예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누구처럼 되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누구처럼 되야겠다는 생각은 어떤 환경 안에 있을 때 가능한 건데, 정말 저는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당시 '개그콘서트'의 심현섭 선배가 '사바나의 아침'이란 코너를 하고 계셨어요. 정말 대단했죠. 백재현 선배도 최고였고요. 그 프로그램 보면서 개그맨 꿈을 키웠어요. 어떻게든 개그맨이 되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죠.

잠시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개그맨의 꿈

개그맨이 되려면 일단 서울로 올라와야 했어요. 이 얘기는 제가 방송에서 한 번 한 적도 있는데요, 친구인 (김)병만이와 팀을 짜서 개그맨 오디션에 응시했죠. 당연히 붙을 줄 알았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그래서 개그맨 꿈 포기하고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일하게 된거죠. KBS 개그맨 시험 떨어진 날 어찌나 울었던지...에효.

병만이에게는 미안했어요. 저 때문에 다른 사람과 팀을 짜 개그맨 오디션을 봐야했거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저 때문에 잘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와 같은 팀으로 계속해서 시험을 봤다면 시험에 떨어졌을 수도 있으니까. 전 사실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일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게 개그맨이 꿈이라던 아이가 개그맨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미칠 노릇이었죠.

그러다 병만이가 찾아와 저를 설득하더군요. 다시 개그맨 하자고. 참 고마운 친구죠. 그 친구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 이렇게 방송에서 여러분들을 웃길 수 있었겠어요? 약간 손발이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병만이에게 편지를 한 번 써봤어요. 병만아 이거 보면 꼭 답장해라!!

▲지호 병만이와 함께~ 다들 너무너무 잘 되서 정말 다행이야. 앞으로 더욱 열심히 웃기자, 쭈~욱~

'연관 검색어' 같은 소중한 나의 친구 병만아

널 떠올리면 항상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방송에서 많이 이야기했지만 옥탑방 시절에 우리 같이 '달인' 연습도 하고 그랬었잖아. 나는 옆에서 진행하고 넌 달인이 되서 갖가지 묘기 연습하고. 그 때부터 느낀 건 달인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너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

잠시 무대를 떠나 정글에서 생활 중인 지금도 항상 무대를 그리워하고, 만날 때마다 '이런 콩트했으면 좋겠는데' '이 콩트 재밌지 않니'라며 항상 콩트에 목말라하는 모습을 보면 코미디에 대한 열정만큼은 널 이길 수 없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그래도 '개그콘서트'라는 무대를 나왔기 때문에 '정글의 법칙'같은 훌륭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너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

사실 네가 개콘을 막 떠났을 때 나조차도 '달인 이미지가 너무 커서 이겨낼 수 있을까' 했는데 '정글의 법칙'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함께 예능의 새로운 역사를 구축한 데에 박수를 보낸다.

최근에 '정글의 법칙'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이 있었지. 워낙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라 그런지 그 일 이후로 면도도 못한 채 축 처져있는 너를 보면 마음이 아파. 원주민들처럼 나무 잘 타야된다면서 정글 가기 전부터 몸 만들기에 열중하더니 갔다와서는 흉터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사실은 내가 입증한다.

시청자분들께서 진짜 오지인지 아닌지를 떠나 개그맨 김병만의 진짜 열정을 봐주시고 지금처럼 사랑해주실거라 믿어.

이 편지를 빌어 너에게 정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제는 몸을 좀 사릴 줄 알았으면 좋겠어. 정글에서 악어도 잡고 갖가지 위험을 무릅쓰는 너를 보면 열정이 보기 좋긴 하지만, 난 열정이 과하면 그것도 욕심이 된다 생각한다. 물론 방송인의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태도지만 널 바라보는 식구도 있고 우리도 이제 곧 40대인데 앞으로를 위해 아껴쓰고 지켰으면 좋겠어. 그래야 네가 항상 말하는 60세 때도 백덤블링을 하지 않겠니.

어쨌든 넌 시간이 많으면 생각도 많아지는 녀석이라 지금 여러모로 바쁘게 활동하는 모습 보기 좋다. '정글의 법칙'도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고, '상류사회'도 다른 것보다 오로지 우리가 온전히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한 것인만큼 시청자분들께 더 큰 웃음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예능에서도, 언젠가 다시 설 무대에서도 1인자가 될 그 날까지 열심히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