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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타칼럼-하정우] 2부. '배우'가 되고 싶은 남자

기사 등록 2013-03-1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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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배우’ 하정우!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작품 활동은 쉼이 없다.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지도 않고, 유사한 캐릭터로 만족하지도 않는다. 작품마다 다른 성격, 다른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180도 변신을 꾀한다.

마치 극중 캐릭터와 하나가 된 듯 자연스러운 그의 연기는 천부적인 재능이 아닌, 끝없는 연구와 고민 끝에 탄생한다. 하정우는 항상 ‘어떻게 하면 연기를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그 어떤 수식어보다 배우라는 말이 좋다는 ‘하배우’. 그의 작품과 연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하정우입니다! 1부에이어 2부로 다시 인사드리게 됐네요. 이번에는 작품, 또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더 많지만 저의 솔직한 느낌에 대해 풀어보겠습니다.

◆ 수월한 건 없다, ‘베를린’

저의 최근작 ‘베를린’이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기분 좋은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액션 영화라는 점과 처음부터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현재의 진행 속도는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였고, 지금도 충분이 우리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스코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베를린’은 처음해보는 장르였기 때문에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액션 영화의 주연배우로, 관객 설득에 초점을 맞추자는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와이어 액션을 싫어하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었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잘 이겨낸 덕분에 관객들에게 액션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잊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관심 보여주시길^^

◆ 많이 배웠다, ‘용서 받지 못한 자’

연기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에요. ‘담금질’과 ‘고통’, ‘상처’ 속에서 피어나는 것 아닐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릴렉스’ 인데 저 역시도 릴렉스, 이완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합니다. 그건 심리적인 부분이 커요. 어떻게 보면, 그것과 내내 싸웠던 것 같아요. 이완이 되어야지만 내 몸을 도구로, 내가 원하는 표현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그것에 대해서. 애를 많이 썼죠.

지금도 그것이 100% 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하면서 느낀 건 ‘영원히 100%는 없겠구나’라는 거예요. 작품, 캐릭터마다 어마어마하게 다른 부분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전작에서 쌓였던 느낌들과 경험들을 그대로 쓸 수 있는 부분은 굉장히 한정적이죠. 다만 정확하게 이완에 대해서, 결정적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던 작품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연극도 몇 작품 있었고요. ‘무인시대’라는 대하드라마를 6개월 동안 했을 때는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아~저렇게 하는 구나’라고 뭔가 깨닫기도 했어요.

이후 그 깨달음을 가지고, 내 몸을 쓰면서 했던 작품이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예요. 이 작품을 통해 카메라 연기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죠.

왜 그러하냐면, 학생 작품이었고 1년 가까이 촬영을 했어요. 어떤 누구의 눈치나, 시간이 쫓기거나 하지 않고 원 없이 했던 것 같아요. 테이크(영화에서 카메라를 중단시키지 않고 한 번에 찍는 장면)도 50번씩 가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모니터의 내 모습을 보고, ‘아~이렇게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구나’를 알았어요. 뭔가 그 때부터 뭔가 작품을 해나가면서 깨달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까, 어떻게 하면 더 릴렉스된 상태에서 내 몸을 운용을 할까에 대해서죠.

★화제의 중심, ‘먹방’

먹는 연기에 대한 재미, 혹은 흥미요소는 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죠. 저에게 작품 속 먹는 장면은 연기의 일부분이에요. 맛있게 먹어야 겠다, 맛있게 보여야 겠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죠. 연장선상에서 예쁘게, 멋있게 보여야 겠다는 생각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는 순간, 부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먹을 때도 의식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에 주위에서 많이 이야기를 해주시니까...뭐랄까, 좀 불편해졌어요. 앞으로 작품에서 어떻게 먹는 신들을 소화할까에 대해서 고민이 되기도 하죠.

◆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더 테러’ ‘군도’ ‘롤러코스터’

‘대세’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이 커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대세가 ‘내려가는 길을 찾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래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하죠. 계속 해나가고, 연마를 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은데 벌써 그렇게 규정을 하는 것이...물론 좋은 의미의 닉네임이지만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그냥 ‘하배우’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가끔 전작에 어떻게, 또 얼마나 빨리 현실로 나오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전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이에요. 미리 계획을 세워 작품을 결정하고, 씨앗을 일찍 심어두죠. 한 가지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한 가지만 한다고 해서 좋아질까? 라는 의문이 있어요. 여러 가지 씨앗을 미리 심어놓고, 그 다음에 시간 순서대로, ‘베를린’ 끝나면 ‘더 테러’라는 작품을 찍고, 그것이 끝나면 ‘군도’를 찍고 하는 식으로 미리 준비를 하고, 생각을 해나가면 큰 무리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항상 염두에 둡니다.

촬영을 마무리 지은 ‘더 테러 라이브’는 ‘폰부스’ 같은 영화예요. 혹은 ‘127시간’같은. 한 공간에서 손, 발이 묶여서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에 대한 사투를 벌이는 작품입니다.

라디오 방송국에 좌천된 아나운서가 아침프로그램을 맡았는데, 청취자와의 전화 연결 도중에 테러범과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영화가 시작이 되는거죠. 좌천이 됐으니, 다시 보도국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보도국에 연락을 하고, 뉴스 속보를 하게 돼요. 그 일이 함정에 빠지면서 영화가 진행돼요.

제게 쉬운 영화란 없어요. 하지만 관객들의 입장에서 이번 ‘베를린’, 또 ‘더 테러’는 다소 힘든 영화라고 생각되어 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반면, ‘러브픽션’은 그 기준에서는 쉽죠. 또 코믹물인 ‘군도’라는 작품도 그러해요.

연기는 물론 그림도 모두 영화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에요. 감독 역시 마찬가지죠. ‘롤러코스터’라는 작품도 그렇게 시작됐고요. 이 영화는 (류)승범이가 실제로 지난해 여름 태풍 볼라벤 때 겪은 일이에요. 정경호라는 친구가 주인공이고요. 군 제대 후 첫 복귀 작이죠.

그 친구가 갖고 있는 열정과 연기에 대한 태도,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들이 굉장히 남다르고, 뜨겁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해나가는 걸 보면서 그동안 정경호가 많이 저평가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롤러코스터’를 통해, 이 작품이 어떻든지 간에 경호의 연기는 빛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이렇게 제가 생각하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작품 이야기를 다 하자면, 부족하지만 다음을 기약할게요. 마지막 3부에서는 배우가 아닌 인간 김성훈, 그리고 10년 후의 모습 등에 대해 풀어보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항상 성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글 하정우
편집 황용희 국장(이슈데일리) ent@issuedaily.com
사진 이슈데일리, 영화 스틸컷

황용희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