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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김래원, 열정이 빚어낸 두 가지 버전 ‘프리즌’

기사 등록 2017-03-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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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박스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배우 김래원은 변화무쌍하다. 그를 보면 ‘카멜레온’이 떠오른다. 그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영화 ‘해바라기’를 통해 수컷의 향기를 물씬 풍기다가도, 든든하면서도 따뜻한 매력을 가진 남자친구로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액션’ 장르에 두각을 나타낸 김래원이 이번에는 생존을 위한, ‘맨손 액션’을 펼친다. 그는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을 통해 전작 SBS 드라마 ‘닥터스’에서 보여줬던 달달한 로맨스가 아닌, ‘깡다구’ 빼면 시체, ‘꼴통 경찰’ 송유건으로 분한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래원을 만나 ‘프리즌’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감독님이 직접 쓴 이야기라 모든 신의 대사, 행동, 목적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 끌고 가는 방향을 들어보니 좋은 도구로 잘 쓰여 질 것 같아 작품을 결정했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송유건 캐릭터가 지금은 꼴통 형사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원래는 악질 형사였어요. 감독님의 좋은 도구가 되기 위해 초반에 의견도 내고,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께서는 대사도 바꿔주셨죠. 익호(한석규 분) 패거리에 끌려갈 때 들릴 듯 말 듯 ‘나 많이 맞았다’라는 대사가 있어요. 이것도 하면서 대사가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스토리가 가지는 진정성을 위해 캐릭터가 가벼워 보이면 안 되니까 수위 조절을 잘 했던 것 같아요.”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한석규 분)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김래원 분)의 범죄 액션 영화다.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교정‧교화하는 시설이라고 믿었던 교도소를 100%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범죄 구역으로 탈바꿈시켜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 사진=쇼박스 제공
김래원이 맡은 송유건은 ‘꼴통’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수감 첫 날부터 크고, 작은 일들과 마주한다. 특히 영화 초반, 교도소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유건과 창길(신성록 분)의 맞대결 장면은 흙바닥을 뒹굴고 옆구리를 깨물기까지, 말 그대로 ‘개싸움’을 벌인다.

“감독님이 더 잘 아실 거예요. 제가 헷갈려하고 감독님에게 계속 ‘이 부분은 이게 아닌 것 같지 않나요’라고 물으면 ‘두 가지 버전으로 합시다’라고 말씀하셨죠. 예를 들어, 독방에 갇히는 장면도 허공에 입김을 부는 가벼워 보이는 것과 벽에다 머리를 쿵쿵 박고 ‘어떡해하나’라며 깊은 고민을 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다시 독방에 갔을 때 ‘춥다. 문 닫아라’라고 말하는 장면도 두 가지 버전이 있어요. 창길과 운동장에서 싸움하는 장면도 처음 보는 분들은 캐치 못하실 거예요. 유건이는 창길이를 이겼다는 승리의 쾌감보다, 돌아서서 가는 익호만 노려보고 있었죠.”

김래원과 함께 투톱 타이틀인 한석규. 실제로 두 사람은 남다른 ‘낚시’ 사랑을 계기로 7년째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직업특성상 ‘연기’로 부딪혀야했던 김래원과 한석규에게 ‘친분’은 불편한 요소였지 않았을까.

“전혀요. 가깝게 지냈다고 해서 저만 ‘형님’ 할 수 없었으니까 오히려 깍듯하게 대했어요. 선배님도 먼저 마음을 열고 배려해주셨죠. 제가 촬영장에서 독립적으로 있으면 스태프들에게 ‘래원이 감정준비하고 있어. 집중하고 있으니까 피해주지말자’라고 알게 모르게 말씀하셨을 수도 있어요. 아마 저를 조금 더 편해하셨지 않았을까요?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1997년 MBC 드라마 ‘나’를 통해 데뷔한 김래원. 20대 풋풋한 ‘청춘스타’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연기경력 20년차 ‘베테랑’ 배우다. 누군가는 그를 보고 ‘본 투 비 연기 제왕’이라고 말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쌓인 연기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평가다.

▲ 사진=쇼박스 제공
“‘해바라기’를 통해 이미지가 좋아진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남자후배들이 저를 되게 좋아하고 잘 따라요. 리드하고 리더십이 강하진 않는데 그런 성향이 있나 봐요. 패기, 열정이 넘치던 20대 때는 ‘나라는 사람이 팬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감독의 좋은 도구가 돼야겠다’라고 생각해요. 나현 감독님을 선장으로 믿고 따랐던 이유도 대사 하나, 행동 하나에 이유를 다 알고 계셨고, 어떻게 풀어야할지도 알고 이야기해주셨으니까 믿고 갈 수 있었어요.”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래원에게 느껴진 것은 연기를 향한 ‘열정’이다. 인터뷰 초반, “감독의 좋은 도구가 될 것 같았다”라고 말문을 연 그는 “감독의 좋은 도구로 쓰이고 싶다”라고 마지막까지 소망했다.

‘프리즌’은 멜로 하나 없는 장르물이다.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약육강식의 사회를 반영한다. 1995년, 20년 전의 시대적 배경이지만 어딘가 현 시대와 닮아있다. 영화가 주는, 감독이 주고 싶은 메시지를 김래원은 ‘감독의 도구’가 돼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는 20년 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이 탄탄하게 뒷받침 됐을 터.

“전에는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봤던 것 같아요. 고집을 부려서 드라마가 잘 되기도 하고, 전적으로 믿고 따라보자 했지만 잘 안 된 적도 있었어요. 결론은 감독에게 좋은 도구로 잘 쓰이면 되는 거예요. 뛰어난 감독은 적당한 도구를 가져다 놔도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요. 같이 만들어가는 거죠.”

‘프리즌’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 죄수들을 억압하는 교도관,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들과 같은 설정을 깨뜨리고 관객들에게 기존의 범죄 액션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고자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것을 담아내고 있는 것. 김래원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무엇일까.

“이번 작품은 한석규 선배님과 같이 한 첫 작품이에요. 닥터 둘이 의사가운을 벗어던지고 죄수복을 입었어요. 결코 쉽고, 만만한 역할은 아니었죠. 공포, 잔인함에서 오는 쫀쫀함? 보이는 대로 영화를 보셨으면 해요.”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