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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신하균 "중필의 고민, 배우로서도 이해돼"

기사 등록 2016-08-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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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신하균이 박희순, 오만석과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친구들과의 유쾌한 여행기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매번 새로운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에는 또 다른 모습이다. 찌질하고 유치한데 순정 역시 국가대표급이다. 신하균의 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

'올레'는 퇴직 위기에 놓인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분), 사법고시 패스만을 13년 째 기다리는 고시생 수탁(박희순 분), 그리고 겉만 멀쩡하고 속은 문드러진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 은동(오만석 분) 인생에 지친 세 남자들이 제주도로 일상 탈출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드라마다. 오는 25일 개봉.

신하균은 39세에 명예퇴직을 권고 받은 계중필 역을 맡았다. 평소 냉소적이지만 친구들과 만나면 열을 올리며 유치해진다. 40세를 앞둔 직장인의 모습을 그리다가도 친구들을 만나면, 함께 추억을 공유했던 20대 그 시절로 돌아간다.

신하균은 한껏 망가지기도 하고, 풋풋한 로맨스를 그리기도 한다. 그 동안 신하균이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인 것은 확실하다.

"제가 연기한 부분은 언제봐도 쑥쓰럽네요. 전체적으로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현실적인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친구들끼리 낄낄대면서 찍을 수 있는 농담으로 풀어낸게 좋았어요. 친구들 생각도 많이 났고요. 대학시절의 추억도요. 안해봤던 캐릭터라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어 출연하게 됐습니다."

극중 중필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생리에 따라 중심에서 저변으로 물러나게되는 인물. 신하균이 배우라고 해서 이런 고뇌를 느껴보지 않은건 아니었다. 그도 '언젠가 나를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날이 오면 어쩌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큰 맥락에서 중필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주변에 친구들도 있고 회사 나와서 창업으로 돌아선 친구도 있어요. 물론 억지로 힘들게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요. 간접적으로 직장인의 고충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도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순 없죠. 저한테 대입시켜보자면 일을 하고 싶은데 안들어오는 순간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오래 쉬다보면 그런 불안감이 생겨요. 이와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요? 열심히 했는데 버림 받은 느낌이요. 그 정도까지만 이해했어요. 어차피 중필의 회사생활은 영화에서 많이 보여지지 않으니까요. 친구 세 명이 오랜 만에 여행 아닌 여행을 하면서 일탈을 하는데, 본인만의 올레길을 찾아보려고 하는 희망, 이 정도까지는 전달하고 싶었어요."

계중필은 첫사랑의 순정을 간직하고 살아가지만,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나래(유다인)와 20대 같은 서툴고 풋풋한 로맨스를 시작한다. 보통 중년의 로맨스에는 풋풋함이 없을 것 같지만 중필과 나래, 싱그럽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 중 키스를 시도하는 중필의 모습에서는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귀여운 구석도 있고 설렘도 보이고 재미있게 찍고 싶었어요. 하하. 다인 씨가 조용한 성격이고 촬영할 때만 연기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키스신 때는 오로지 연기로만 살려야 하는 장면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가는 속도와 타이밍, 리액션이 잘 떨어져야 하잖아요. 무안한 느낌이 들어야 재미있어지는데 다행히 잘 나온 것 같아요.

'올레'는 지금까지 신하균이 출연하던 영화와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저예산이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다녀오듯이 찍었다. 홀로 짊어져야 했던 흥행 부담은 셋으로 나눠졌다.

"한 명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이 덜 했어요. 제 역할에만 충실하면 됐거든요. 무엇보다 배우 합이 중요한 영화라 안맞으면 진짜 재미 없을 것 같은데 배우들의 연기 톤이 잘 맞았죠. 제주도라는 장소도 좋았고요. 적은 예산 안에서 즐기면서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신하균이 말한 '배우들의 합'은 박희순, 오만석과 함께 이뤄졌다. 박희순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고 동갑내기 오만석과는 첫 작업이었다.

"희순 선배님은 비슷한 시기에 캐스팅 됐어요. 항상 진지한 연기를 하셨었고 무대에서는 발랄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고요 이번 영화로 '제대로 보여주겠구나'란 기대감이 있었어요. 오만석은 연출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전체를 보는 힘이 있더라고요. 셋 중 은동이 가장 할 거리가 없는 역이잖아요. 욕심을 안내고 절제하면서 한게 중심을 잘 잡아준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저는 참 멋있다고 느껴졌어요."

'올레'는 채두병 감독의 입봉작이다. 신하균은 서울대 출신에 유학까지 다녀온 지성파지만 이면에는 영화 속 수탁 같은 모습이 있는 반전 매력을 가진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노련하고 유연하세요. 입봉하신 작품인데 나이는 저보다 많으세요. 다른 일을 하다가 연출을 하신 분인데, 경험에서 오는 연륜은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배우들을 대하는 모습, 당황할 수도 있는 분위기에서 침착하게 원하는걸 선택하세요."

"세 배우들이 준비해온 연기톤이 안맞으면 전체적인 그림에서 보기 좋지 않은데, 그 톤을 다 계산하시더라고요. 코미디 감각도 있으시고, 배우들이 살려낸 것도 있지만 대사, 상황이 안만들어지면 그 마저도 나오기 힘들거든요. 센스가 있으시죠."

배우 신하균의 인터뷰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단답', '인터뷰하기 힘든 연예인'이라는 글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유머도 있고 말도 조리있게 잘한다.

"카메라 앞에 서는 재주가 없는 것 같아요. 예능은 꿈도 못꾸죠. 전 그냥 제 이런 모습이 편해요. 카메라 앞에서는 제가 뭔가를 해서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카메라가 있는 인터뷰에서는 아예 말을 잘 안했어요."

아직 신하균의 차기작은 정해진 바가 없다. 신하균은 '인생이 계획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라면서 특별한 행보는 없다고 한다.

"지금은 작품 정해진게 없어요. 연이어서 일을 많이 하긴 하는데 마음에 드는거 있으면 하고 없으면 쉬고 이런 패턴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올레'가 일상에 지치고 답답한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면서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관객들이 부담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 같아요. 남자친구들끼리 오랜 만에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는 영화죠. 가는 길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샛길도 한 번 생각해보고 지금의 모습도 괜찮다고 스스로 토닥일 수도 있고요. 또 저를 비롯해 박희순, 오만석의 새로운 모습이 있으니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해주시고요."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