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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사극돋보기]'구르미 그린 달빛', 해피엔딩과는 달랐던 헬조선 실제 역사

기사 등록 2016-10-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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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이 화제속에서 종영했다. 로맨스를 소재로한 퓨전사극이었음에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은 망나니 꽃미남 세자가 내시로 위장한 소녀 라온과의 로맨스를 그린 퓨전사극이다. 세자 이영 역의 박보검과 꽃내시 홍라온 역 김유정의 달달한 로맨스와 함께 세자 이영과 세도가 김헌(천호진 분)의 정치적 갈등도 흥미를 자극했다.

드라마는 세자 이영이 권세를 이용해 왕을 우습게 여기고 사익을 채운 안동 김씨 세력에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끝이 났다. 또한 세자는 백성들과 대신들에게 더 가까워지고픈 조선의 왕이 됐고, 홍라온(김유정)은 전공분야인 연애 서적을 쓰며 여인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게 됐다.

김윤성(진영 분)은 라온을 위해 목숨을 내던졌고, 조하연(채수빈 분)은 당당한 신여성답게 스스로 세자빈 봉작을 거둬 달라 청한 뒤 궐을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세자의 충직한 호위무사이자 백운회의 일원으로 위태로운 삶을 살았던 김병연(곽동연 분)은 한 사람의 백성으로서 먼발치에서 영을 지켜봤다.

퓨전사극답게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엔딩을 맞은 것이 인상적인 결말이었다.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했지만 엄연히 다른 이야기를 내세웠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설정을 가져와놓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모 사극과는 달랐다. 하지만 드라마의 엔딩과는 달리 실제 역사는 너무 암울했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왕위에 오른 이영과는 달리 효명세자는 오래 살지 못했고 왕위에 오르지 못했다. 아버지 순조를 대신해 대리청정을 했던 효명세자는 과감한 개혁정치를 펼치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대리청정 3년만에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추진했던 모든 정책들이 물거품이 됐다. 그의 죽음은 새로운 조선을 꿈꾸던 이 땅의 젊은 지식인들을 절망시켰다.

효명세자가 세상을 떠난 뒤 왕위에 오른 헌종은 나이가 너무 어렸기에 왕실의 가장 어른이었던 순원왕후가 수렴청정을 했다. 드라마에서는 세자빈 자리를 포기한 조하연은 사실 효명세자와 혼인해 자신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봤지만 안순원왕후와 안동 김씨 천하에서 허수아비처럼 살아야했다.

하지만 헌종마저 후사를 남기지 못하자 순원왕후와 안동 김씨 세력은 강화도에 있던 전계군의 아들을 왕으로 추대했다. 그가 바로 25대 왕 철종이다. 철종은 사도세자의 두번째 부인 숙빈 임씨의 아들인 은언군의 손자였지만 가문이 오랜 시간 동안 왕실과 연이 끊겨 법도에 어두웠다. 또한 학문을 익히지 못해 안동 김씨 세력의 꼭두각시였다.

문제는 안동 김씨 세력은 철종을 순원왕후의 양자로 입적시키면서 왕실 족보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는 철종이 효명세자와 같은 항렬이 되고, 먼저 승하한 헌종보다 윗 항렬이 된 것이다. 모양을 보면 조카의 왕위를 찬탈했던 수양대군 세조와 같다. 안동 김씨와 순원왕후는 철종을 수양대군 세조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드라마에서 세자바라기의 모습만 보였던 세자빈 조씨는 안동 김씨와 순원왕후의 견제를 받으며 때를 기다렸다. 순원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세자빈 조씨는 왕실의 최고 어른이 된다. 남편 효명세자가 익종으로 추존되면서 역시 신정왕후로 추존된 조씨는 왕실 종친이었던 이하응(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 명복을 양자로 받아들여 왕을 만든다. 바로 그가 고종이다.

신정왕후는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을 앞세워 안동 김씨 세력을 견제하면서 개혁 정책을 주도해나갔다. 효명세자가 이루려 했던 개혁정책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 실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의 쇠락을 막을 수 없었다. 이미 조선은 더 이상 치유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안타까운 조선의 역사를 상큼발랄한 상상력으로 위로를 하는 작품이다. 결말은 아름다웠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았기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진=KBS2 방송화면 캡쳐]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