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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 ‘공작’, 액션 없는 첩보극? 영화의 힘은 여기에 있다

기사 등록 2018-07-3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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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남북이 차갑게 얼어붙었던 그 때 만들어지기 시작해 급변하던 남북 정세가 평화로운 상황에 놓인 지금, 영화 ‘공작’이 관객들을 만난다. 첩보물임에도 불구, 그 흔한 액션 하나 추격전 한 번이 없다. 때로는 말이 총보다 더 강렬한 힘을 지닌다. 그리고 ‘공작’은 ‘말’의 힘을 입증해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

영화는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이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과 대통령 외에는 가족조차도 그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 박석영은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북의 외화벌이를 책임지는 베이징 주재 북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하고, 사업을 목적으로 견제와 신뢰를 쌓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북의 고위층으로 접근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자신을 경계하고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주지훈) 때문. ‘정무택’은 시종일관 ‘흑금성’을 주시하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며 둘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박석영은 광고 사업을 하는 아세아커뮤니케이션 한창주(박성웅)와 손을 잡고 완벽한 대북사업을 위장, 결국 북의 가장 중심부로 들어서고 북한 권력층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1997년 남의 대선이 진행되는 상황 속 상황은 급변하고 박석영은 남과 북의 수뇌부 사이 은밀한 거래를 감지한다. 남과 북의 미래는, 그리고 ‘흑금성’은 혼란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영화는 말 그대로 ‘총알 없는 액션’이다. ‘공작’의 힘과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첩보 영화와 같이 액션을 위해 상황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으며 치열한 심리전만을 바탕으로 긴장감을 이어나간다.

스파이가 지금 정체를 들킨다면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작’은 그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상대방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는 이들의 의심과 이를 피하기 위해 교차하는 ‘흑금성’의 재치와 능청스러움이 계속해서 교차하며 관객들을 들었다 놓는다.

물론 이 긴장감이 진행되는 데에는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그 이름에 걸맞는 연기력을 선보이기 때문.

특히 황정민은 거의 혼자서 모든 영화의 긴장감을 책임지고 끌고 감에도 불구 서늘한 존재감과 친근함 그리고 고뇌하는 스파이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냈다.

영화가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것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지구상 유일하게 냉전이 지속되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첩보 영화. 또한 남파 간첩이 아닌 북으로 잠입한 남측의 스파이를 소재로 한 영화는 ‘공작’이 처음이다. 남과 북 사이서 벌어지는 긴장감과 견제는 물론 남과 북이 한민족이기에 그려낼 수 있었던 브로맨스와 인간적인 감정까지 더해지며 영화의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진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한국형 첩보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공작’. “화합에 관한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황정민의 말처럼 영화의 의도와 메시지가 한국 관객들에게도 오롯이 전달될 수 있을까. 오는 8일 개봉. 러닝타임 137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나연기자 nadus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