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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희의 팔도유람기] 서울 종로구 편 “똑똑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28

기사 등록 2016-11-0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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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동규기자] 이번편은 서울 종로구편이다. 팔색조 장태희가 가진 매력 중 하나가 나이의 또래답지 않는 말과 행동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마음속 끝없는 수행의 자기훈련에서 나오는 아우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제일 좋아하고 잘 어울린다는 한복을 입고 궁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그 궁이 낯설지가 않았다고 하니 무언가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듯하다.

자의반 타의반 9등신 미녀가수라고 한 치의 부끄럼도 없이 당당히 얘기하고 다니지만 내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 의상은 바로 한복이다.

한복 중에서 당의를 입었을때는 정말 잘 어울린다는 피드백을 듣곤 한다. 이번 경희궁 국악한마당 페스티벌에 초대돼 무대를 갖게 됐다.

풀피리로 연주를 하시는 무형문화재 24호 풀피리 예능보유자 박찬범 선생님이 만드신 ‘어린시절’ 이란 국악풍의 곡을 받았다. 이후 녹음을 하고 음반이 제작돼 풀피리 연주와 함께 앙상블로 기념적인 공연이 됐다.

“끌어내는 소리가 풀피리 소리다” 얘기하시는 박찬범 선생님의 소리는 가냘프고 여린 잎새의 속울음이라 평하기도 한다. 60년 자연의 소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선생님과 함께한 무대는 영광의 순간이었다.

대중예술을 하기 전 국악경기민요를 시작으로 예술세계에 발을 딛게 돼, 소리의 청과 목소리의 톤이 국악풍의 노래에 딱 맞아 받게 된 곡이었다.

대나무에 사람의 호흡이 스쳐 진동하는 대금의 소리만 좋은 줄 알았는데 들판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풀피리로 음계가 연주 된다는 것이 참으로도 신기했다. 풀피리소리와 나의소리 그것은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배가 편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자유롭게 폭식을 일삼아 통통하게 오른살 덕분에 곱게 화장을 하는데 복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중전같다는 미용실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중전으로 빙의돼 궁으로 향했다.

“오늘은 어디가요 태희씨?” “저요? 몰라요 예전에 살던 곳에 가는 기분이에요 에헴!”. 그곳까지 택시를 타고가게 됐는데 기사아저씨가 “아이구 중전마마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말해 “경희궁으로 가주세요” 하고 빵긋 웃었다. 갓 쓰고 자전거를 탄 거 마냥 한복을 입고 택시를 타는 기분도 새로웠다.

사람이 의복이 그리 중요한가 행동도 조심스러워 지고 발걸음도 사뿐사뿐. 눈빛도 진중해지며
말씨도 곱게 조용조용하게 됐다. 진짜 사극에 나오는 중전처럼 말이다.

경희궁은 조선후기 광해군때 지어진 궁궐이고 사적 제 271호로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살았던 곳이다. 새문안 대궐 또는 서궐이라 불리다 광해군 8년에 경덕궁이라 했으며, 영조 36년(1760)에 궁의 이름을 경희궁이라 개칭했다고 한다.

서울 경희궁은 서울의 다른 궁들에 비해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어 공연전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한바퀴 걷는 멋진 ‘힐링’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사진요청으로 모델도 되어주고 경치를 감상하는데 어린꼬맹이 하나가 내게 와서 “중전마마 왕은 어디갔어여? 난 하루종일 중전이란 소리를 들었는데”라고 말했다. 7살도안된 아이의 입에서 그 소리를 들으니 소름이 끼쳤다.

나는 ‘그래 애들은 정확해’ “응 왕은 저기 저 해우소 가셨어 화장실 알지? 그리고 꼬맹이 너는 어먼니 말씀을 잘 듣지 않으면 이 중전이 잡아갈 것이다 알겠느냐~”라고 얘기했다. 이에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듯 엄마 뒤에 숨었다. ‘하하하하’ 사람 보는 눈있는 아이와 유머넘치는 중전과의 웃음터지는 대화다.

늘 공연장에 가면 그주변 행사장을 한바퀴 돌고 사람들과 인사와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며 몸도 맘도 긴장을 푼다. 그래서인가? 민화를 그리고 색을 입히는 취미활동을 하기도 했다.

민화 의 매력에 빠지다. 빨강 파랑 물감을 풀어 나무위에 그린그림 위에 색을 입히다. 연꽃은 다산다복, 모란은 부귀영화, 용은 생명과 풍요, 호랑이는 잡귀를 물리친답니다.

언니가 소나무위에 새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며 그림 그리는 모습도 화백같다며 뭐든 잘 어울린단다. ‘연기를 했었어야했네’ 고운색 먹는 그림 서늘한 바람에 말려 낼 아침에 오일을 바르면 끝.

무언가 열중해 집중하면 다른 고민들은 잊게돼 정신건강에도 좋다 느끼는데 내가 무언가 만들어내고 작품을 남긴다는 것은 노래를 녹음해 음반이 나오는 것과 같은 성취감이 따랐다.

정신과 마음의 느낌을 팔로전하며 그 힘의 조절을 통해 붓끝에 펼쳐지는 색과 선의 향연은 발색이 되고 명암이 돼 작품이 됐다. 그래서일까 데뷔 이후 모든 앨범의 자켓 디자인을 해왔던 배경에 이러한 세상의 호기심을 풀어냈던 서툰 손길의 흔적들이 넘쳐난다. 이날 공연때 찍은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그 무렵 나전칠기 대한민국명장 임충휴 선생님의 작품에 빠져 이담에 시집가면 나전칠기12자 장농을 해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했었다.

내 마음의 이야기를 입을 통해 얘기하고 노래를 하다 손끝으로 펼쳐내니 칼을 들고 요리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요리처럼 먹는 즐거움, 소리처럼 듣는 즐거움도 아니지만 그림은 보는 즐거움이었다. 보고 듣고 먹는 즐거움. 그중 최고는 바로 내가 만들어 보고. 먹고, 불러서 듣는, 또 다른 나를 끝없이 발견하고 마주 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의 그림자를 마주했던 순간처럼 말이다.

오감만족의 나의 예술은 평생의 삶을 통해 스스로 배우는 과정이다. 인생최고의 예술은 삶을 바라보고 이겨내고 견뎌내고 알아가는 나의 발자취의 이야기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짙은 화장을 지우고 TV를 틀었다.

문희 신성일 주연의 사의찬미.... 그 연기에 빠져든다. 대중가요의 효시라고 불리는 그 노래인데 그 영화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데 이기적인 사랑의 말로를 종종 보게 되기도 한다. 똑똑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바보처럼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면 그 사랑을 받은 사람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며 무의식에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려 사랑을 찾아다니게 될까? 깊은 외로움에 허덕이게 될까? 그것조차 모르고 살까?

‘사랑사랑 알다가도 모를사랑, 오목조목 알뜰사랑, 왈칵달칵 싸움사랑, 무월삼경 깊은사랑, 소곤소곤 은근사랑, 나혼자 고민하는게 사랑의 근본인가’ 창부타령 중...

청춘 다 받혀 눈물로만들어진 사랑아 윤심덕이 현해 탄 바다에 빠진 것보다 더 큰 바다에 뛰어든 마음이야. 불같이 뜨거운 피를 나눈 청춘의 한때를 후회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태우리라. 돌아서 뜨건 눈물 핑 도는 이맘을 알까.

내가 만난 바다도 시냇물도 거치고 강물도 거치고 돌고 돌아 내 곁에 바다로 머문단 것을 알고 있으련만 누구나 첫사랑이 되길 남길 바라지. 허나 끝사랑 마지막사랑으로 기억하는영화 지금 윤심덕이란 옛 영화에 그들의 사랑에 빠졌다.

만남과 사랑 삶과 죽음에 정이 깊은 부부의 인터뷰 내용이 뇌리를 스친다. 아내는 얘기한다 “내가 이사람 죽으면 못살아 내가 먼저 죽는게 소원이야” 남편은 얘기한다 “한날 동시에 죽는게 소원이야”

난 생각했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 잠드는 것을 볼 자신이 없으면 먼저 잠드는거야. 그게 먼저 죽는건데 그걸 얘기하신거다. 이토록 신의를 지키고 사신 그들의 마지막 인터뷰에 크나큰 감흥을 느꼈다.

햇살 아래 빛나는 바람, 흔들리는 너의 머리카락 제일 예쁜 거울은 사랑하는 님의 눈동자. 내 최고의 행복은 너의 웃는 모습이라, 내 최고의 불행은 너의 우는 모습이니, 너는 나이고 나는너인 두손 모아 기도하듯, 진정한 하나의 소중한 순간이라.

‘쓸쓸한 이 세상 험악한 고회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이라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건 슬픔이라’ 사의찬미 중...

처연하고 비극적이나 진실한 그들의 사랑에 요즘의 일부 가벼운 사랑들을 견주어 보게 된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라. 마음은 늙지 않는 것 깊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