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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용의 이 영화어때?]'특종:량첸살인기',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 되는 세상

기사 등록 2015-10-2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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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여창용 기자]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는 진실을 믿는 것일까? 아니면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일까?

영화 '특종:량첸살인기(감독 노덕)'은 사회부 기자 허무혁(조정석 분)이 자신이 만들어낸 일생일대의 특종이 사상 최악의 오보라는 것을 알게되고, 이를 바로잡으려 고군분투하지만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방송국과 사건 현장을 종횡무진하는 허무혁의 활약으로 채워진다. 생활인의 타성에 젖어버린 사회부 기자 허무혁은 조정석의 원맨쇼급 연기로 생명력을 얻는다. 자본의 힘에 기자정신이 밀려도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방송국에 광고를 제공하는 대기업의 부조리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당한 허무혁은 우연히 받은 살인사건 제보를 취재하게 되고, 기자 경력 최고의 특종을 터뜨리게 된다.

복직과 함께 스타기자로 발돋움한 허무혁은 자신의 특종이 최악의 오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허무혁은 이를 수습하려고 하지만 윗선에서는 오히려 후속 보도 압박을 가한다. 허무혁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할수록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치닫는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오보 원작(?)인 량첸살인기 내용으로 살인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경찰까지 사건에 합세한 상황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오보를 알고 있는 살인사건의 진범 한승우(김대명 분)를 만나게 되면서 상황은 극단의 상황에 몰린다.

허무혁은 기자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열심히 일했지만 가정에서는 만삭인 아내에게 외면당하고, 회사에서는 공들여 취재한 보도로 인해 실직 위기까지 맡는다.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오늘날 직장인들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최고의 특종 같은 최악의 오보로 인해 허무혁의 인생은 역전된다. 자신을 쫓아내려던 방송국은 승진과 보너스로 유혹을 하고, 그를 무시하던 동료들은 스타로 발돋움한 그를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허무혁은 자신의 오보를 인정하고, 상황을 마무리하려 하지만 돌아오기엔 너무 늦었다. 결국 허무혁은 모두가 원하는대로 보도를 할 수 밖에 없게된다. 또한 진실을 묻어두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믿고 있는 것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게 된 것이다.

기자 정신을 발휘해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한 허무혁은 사회에서 외면을 받지만 최악의 오보를 한 허무혁은 승진도 하고, 모두가 동경하는 스타가 된다. 이쯤되면 살인범도 영웅이 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열 사람 중 한 사람이 주장하는 진실보다, 열 사람이 진실로 믿고 있는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이다. 결국 보이는 것을 믿게 되는 것이고, 믿고 싶은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진실은 그 다음이다.

거짓이 진실을 덮는 세상.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실제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여창용 기자 hblood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