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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한재림 감독 "'더 킹'이 열린결말? NO"

기사 등록 2017-02-0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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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영화 '더 킹'이 400만 관객을 넘어서며 2017년 첫 흥행작으로 경쟁작 영화 '공조'와 승승장구 중이다. 최순실게이트로 어려운 나라의 정서와 맞아 떨어지는 가진 자들의 풍자 이야기가 극장가 흔들었다.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더 킹'은 157분짜리와 현재 개봉중인 134분 두 개의 러닝타임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내놔야했다. 134분짜리는 더 명료하게 메시지를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157분짜리는 조금 더 디테일한 연출을 보여줄 수 있다. 한재림 감독이 선택한 것은 '메시지'였다. 영화가 잘되가면서 디렉터스 컷 버전 컷 개봉 여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배우 이병헌, 조승우 주연의 ‘내부자들’이 흥행하면서 디렉터스 컷도 함께 극장가에 걸렸다.

"디테일에 힘을 주다보면 메시지가 약해질 것 같아 메시지적으로 활용하기로 했어요.”

'더 킹'이 언제 나왔더라도 조인성과 정우성이라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스포라이트를 받았겠지만, 현재 어지러운 나라의 정국과 '더 킹' 속 권력자들의 이야기가 빼닮아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시국이 영화를 홍보해주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영화로서 관심을 받는건 좋아요. 기분 좋은 일이고 기대가 됩니다. 경쾌하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큐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잖아요. '더 킹'은 실제 사건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웃으라고 한 이야기가 진짜가 되서 안타깝지만요.”

검사들의 표적수사,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검사들이 권력의 편에 서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는 등, 우스꽝스럽지만, 가볍게 넘기지 못할 장면들이 등장한다. 한재림 감독은 조사해온 사실에, 자신의 상상의 날개에 많이 의존했다고 밝혔지만 놀랄만큼 닮은 모습들이 개봉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특히 예고편에 검사들이 무당을 찾아간 장면들이 담기자 주변에서 많은 연락들을 받기도.

"취재는 6개월정도 했어요. 전부터 한국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답답해하고 관심이 있었어요. 6개월 정도 법조인, 의사, 변호사, 검사들을 만났죠. 대부분 검사들이 지하철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샐러리맨이예요. 정치 검사를 만날 순 없었어요. 그들은 소수고 저를 만나주지도 않죠. 다만 제 상상을 더했어요. 우리가 보는 정치 검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저렇게 했을까에 대해서요. 실제로 검사에게 물어봤어요. '선배가 사건을 묵혀달라 청탁을 하면 어떻게 되냐'고 질문했더니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일을 겪으면 굉장히 불쾌해하고 소문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검사들이 똑똑한 사람들이잖아요. 꺼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영화처럼 무릎을 꿇고 부탁을 하면 어쩌겠냐 하더니 대답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상상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시나리오는 약 2~3개월 걸려 쓴 것 같아요."

'더 킹'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박태수가 양동철에 손에 이끌려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권력자들이 모여있는 펜트하우스에 입성하는 장면이다. 그 곳에서 '화려함'의 끝을 볼 수 있다. 한재림 감독은 펜트하우스 신을 원샷으로 구석구석 훑는 기법으로 관객들에게 묘한 쾌감을 끌어낸다. 또 곳곳마다 메시지를 주는 상징적인 소품, 장면, 대사들을 심어놨다.

"천박하게 놀고 자극적으로 놀면 관객들이 거리감을 두게 되요. 그러면 관객들은 태수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맨 뒤에 권력을 선택함으로써, 나중에 겪게되는 비극까지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못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하세계가 아닌 지상, 펜트 하우스로 올렸죠. 모두가 가고싶어하는 지점이잖아요. 깃털이 날리고 사람들이 화려하게 보란 듯이 춤추고 놀죠. 그 깃털이 화려해보이지만 금방 가라앉잖아요. 가라앉으면 지저분한 쓰레기가 되고요. 그런 권력의 속상에 태수를 데려가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태수가 서서 노는 것이 부럽고 '나도 저럴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면서 태수를 따라가야 끝까지 영화가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펜트 하우스에서 한창 즐기던 중 정우성-조인성-배성우가 클론의 '난'을 부르며 군무를 추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점잖을 것 같은 권력자들이 유행가를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춘다. 이 장면의 의미를 물었다.

"높으신 분들과 노래방에 갈 자리가 있었는데 유행하는 댄스 음악을 추시더라고요. 트로트나 조용한 노래를 부를 줄 알았는데 너무 신나게 춤을 추는걸 보고 충격 받았어요. 한강식이 멋있게 등장해서 강의를 하고 랩을 하고 노는 모습이 권력자의 또 다른 이면인거죠. 이 부분이 저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클론의 '난' 가사나 이런 댄스 음악을 권력자들이 부르는게 너무 웃기지 않나요? 군무도 재미있고, 함께 추는 모션이 쉬워서 여러 의미로 제게 코미디처럼 보였어요."

조인성과 정우성이 같은 신에 있는 걸 보게되는 날이 올 줄이야. 여성 팬 뿐 아니라 카리스마와 조각 같은 외모로 남성팬까지 아우르고 있는 두 남자. 한재림 감독은 꼭 조인성, 정우성이어야 했다. 특히 조인성에 대해서 또래 배우 중 단언컨대 제일 유연하게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선이 무척 고운 배우입니다. 코도 엄청 예뻐요. 라인이 좋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배우인 것 같아요. 내적으로는 유연한 배우죠. 일단 연기에 욕심이 많고, 연기를 어떻게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감독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여주고 잘 표현하는 배우, 어떤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배우입니다."

"캐스팅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지가 중요하게 쓰이는 부분인데, 태수는 권력의 정점에 가야 하는 캐릭터고, 권력의 정점에는 한강식이 있잖아요. 조인성의 워너비가 되려면 정우성은 되야 하지 않나란 생각을 했어요. 두 사람의 걸어오는 신이나, 함께 있는 모습에서 쾌감을 느꼈어요. 둘이 닮아가고 있지만 둘이 대결 또한 극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더 킹’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난 후 사람들이 열린 결말이라면서 태수의 앞날을 저마다 상상한다. 하지만 한재림 감독에게 ‘더 킹’은 열린 결말이 아니다. 한재림 감독은 태수의 당선 여부가 아닌, 태수가 한 행동, 그 시작에 의미를 둔다.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걸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오늘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누군가처럼..

"최순실게이트가 터지고 국민들이 분노에만 멈춘게 아니라 행동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영리하게 다같이 목소리를 내서 이런 일이 결과적으로 세상을 나아지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나라의 주인이고, 왕이란 메시지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건 주인의식입니다.
권력자들에게 당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조금씩이라고 바꿔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장면도 한강식을 잡기 위한 행동 자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당신의 선택에 의해 세상이 바뀔 수 있는 의미를 뜻하죠. 박태수의 당선결과가 중요한거 아닙니다. 우리는 힘을 가지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