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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물괴' 김명민 “영화에 아쉬움은 없어, 내 연기가 아쉽다”

기사 등록 2018-09-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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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이슈데일리 장영준기자] 배우 김명민이 스크린 점령에 나섰다. 한국 최초 조선시대 크리쳐물 영화 ‘물괴’다. ‘불멸의 이순신’ ‘조선명탐정’ ‘육룡이 나르샤’ 등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연기 본좌’란 호칭을 얻었다. 본좌라는 별명만큼이나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들 마음을 홀릴 수 있을까.

본지는 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의 개봉을 앞둔 배우 김명민과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자신감 가득한 모습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김명민은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물괴’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본인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며 “어느 정도 형상이나 형체를 상상했다. 그런데 지금 완성된 물괴의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혐오스럽게 완성됐다. 작년 4월 촬영할 땐 계속 업그레이드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프리 비주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표정이나 디테일한 부분을 오로지 상상력에 의존해 연기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상상했던 것보다 흉측한 모습이었다. 수포가 있고 역병에 걸린 듯한 모습을 봤다. 그렇게 혐오스러울지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더욱 공포스럽게 연기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크리쳐 무비인 ‘물괴’는 연기호흡을 주고받을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촬영은 블루스크린에서 진행된다. 오직 배우는 자신의 상상력에 의존해 연기해야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 온 그도 상대가 없는 액션연기는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호흡을 같이 나눌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괴수가 등장하고 블루스크린에 의존해서 만든 작품들을 보면 드라마 밀도가 느슨하다란 느낌이 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호흡을 나누지 못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호흡을 하나같이 나눌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드라마 밀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생각하며 촬영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시종일관 블루스크린 작업은 처음이었다. 너무 힘들었다. 민망하기도 했다. 다 같이 할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혼자 할 땐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조중방신이 그랬다. 이 신은 매우 롱테이크다. 혼자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니 정말 창피했다. 찍고 난 후에는 모니터링도 안했다”며 촬영 당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영화인 크리쳐물. 김명민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CG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긴 도전이기에 ‘물괴’를 선택하게 됐다고.

“영화 ‘물괴’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작품이다. 처음 받았을 때 시나리오는 재밌는데 막연했다. 한국 CG가 발전했다 해도 돈과 시간에 부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근데 이런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괴물’ 이후 크리쳐 장르가 제작은 됐지만 그 뒤를 잇진 못했다고 본다. 한국은 크리쳐 영화 불모지다라는 말도 나온다. 많이 도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도전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든다. 한국 최초의 액션 사극 크리쳐물이라는 얘기에 자부심을 느낀다”

▲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물괴’에서 김명민이 가장 호흡을 많이 한 배우는 그의 부하 성한으로 분한 김인권이다. 둘은 스크린 속에서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코믹과 긴장을 번갈아가며 선사해 극의 완벽한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그의 케미는 이전 작품인 ‘조선명탐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마주하는 상대역마다 완벽한 케미를 선보이는 그는 절대적인 분담을 통해 호흡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김인권과의 케미는 절대적인 분담에서 나온다. 시나리오를 보면 ‘조선명탐정’의 그것과 비슷하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너스레를 떠는 장면 등 비슷한 것 같은 장면은 전부 뺐다. 그 몫은 김인권에게 맡겼다. 딸을 지키고 백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이려면 김인권과 톤앤 매너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다”

이어 그는 유달리 남자 배우와 케미가 좋은 것에 대해 “리더쉽이 있는 것 같다. 주로 맡는 역할도 그렇다. 예전에 ‘불멸의 이순신’을 촬영할 때 ‘단상병’이란 병에 걸린 적이 있다. 한 번은 팬 100여분이 현장에 왔을 때 내가 계속 단상을 찾았다. 결국 계단 위에 올라가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골목대장도 6년 정도 했다. 남자동생들이 많이 따른다. 남자와 다니는 걸 좋아해서 알게 모르게 그게 스크린에 비춰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참여하거나 제작하신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개배우로서 숟가락만 얹고 참여한 것인데 3-4년에 걸쳐 영화를 제작하신 분들에게 박수치고 싶다. CG는 돈보다도 들이는 공이 더 크다. 수십 명의 직원들이 밤낮없이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찍어내신다. 현장만 막노동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들도 막노동같다. 우리는 편하게 앉아서 영화를 평가하지만 이런 크리쳐 무비는 수백 명의 노고가 담겼다. 그런 분들의 노고가 계속되고 영화계에서 계속 우리와 같은 도전을 한다면 제대로 CG자리가 잡힐 것 같다”며 보이지 않는 노력에 대한 감사함을 보냈다.

한국에서 CG가 메인으로 등장해 성공한 영화는 ‘괴물(2006)’뿐이다. 그 후 ‘미스터 고’ ‘염력’ 등이 나왔지만 냉랭한 반응 속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렇게 12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한국 영화계에도 CG의 새바람이 불만한 시점이 다가왔다. 때마침 한국형 크리쳐물 ‘물괴’가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다. 새 판도를 그려내길 바래본다.

한국 사극형 크리쳐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물괴’는 오는 12일 대개봉.

장영준기자 joon0403@